(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연기금의 채권 듀레이션이 사상 처음으로 5.00년 선을 돌파했다.

국고채 50년물 등 초장기채 발행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10일 연기금의 채권 듀레이션은 5.03년을 나타내 지난 2009년 1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5.00년 선을 넘어섰다.

2009년 1월2일 3.06년이었던 이 수치는 이후 부침은 있었지만, 꾸준히 상승해 2015년 1월2일 4.01년으로 4.00년 선을 넘어섰다.

작년 말 4.69년이었던 연기금의 채권 듀레이션은 올해 3월 말 4.70년, 6월 말 4.80년, 8월 말 4.90년 선을 각각 돌파했다.

듀레이션이란 채권 금리 변화에 대한 채권 가격의 민감도를 일컫는다. 초기 투자 원금을 되찾는 데 걸리는 기간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연기금의 채권 듀레이션이 확대된 이유는 올해 국고채 50년물 발행이 크게 늘어나는 등 초장기채 공급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초장기채 발행 물량이 늘어나자 연기금이 연물별 균형을 맞추는 등의 목적으로 포트폴리오에 해당 물량을 일부 담았고, 이것이 채권 듀레이션 확대로 이어졌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국고채 50년물을 2천190억 원 규모로 발행했지만, 올해는 3월에 3천250억 원, 6월에 5천400억 원어치를 발행하는 등 공급 물량을 크게 늘렸다.

전일 입찰에서도 당초 계획했던 6천억 원보다 많은 6천600억 원어치의 신규 물량을 시중에 풀었다.

낙찰금리는 2.090%로, 입찰에는 총 9천100억 원이 응찰해 151.7%의 응찰률을 보였다. 부분낙찰률은 0%로 집계됐다.

다만 전일 입찰에선 가격 부담 때문에 입찰이 예상보다는 약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채권 딜러는 "생각보다 입찰이 약하게 됐다"며 "새 물건이라서 더 강할 줄 알았는데 가격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딜러는 "보험과 연기금 등 장기투자기관들의 수요가 몰리긴 했지만, 금리 레벨과 관계없이 무작정 매수로 접근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 회계제도도입 등 규제 관련 듀레이션 매칭 수요가 있는 보험사들은 초장기채 매수 필요성이 연기금보다 더 큰 상황이다.

전일 기준으로 보험사의 채권 듀레이션은 9.35년, 연기금의 채권 듀레이션은 5.03년이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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