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한종화 기자 =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이낙연 총리의 발언 해석을 놓고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원론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과 금리 인상 기대를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한은의 독립성을 해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금리 인상 여부 문제와 관련해 "좀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며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 유출이나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에 따른 문제, 가계부채 부담 증가도 생길 수 있고 현재와 같은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총리 발언이 나온 직후 3년 국채선물은 1분 만에 13틱 급락했다. 10년 국채선물 역시 11틱 미끄러졌다.

시장참가자들은 이낙연 총리 발언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깜빡이를 켠 후 별다른 시그널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금리 인상을 부채질하면서 시그널을 줬다고 해석했다.

A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총리는 원론적인 이야기였을 텐데 심리가 움직인 것 같다"며 "10월 인상에 대한 우려감을 야기하기엔 충분했다"고 말했다.

B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원론적으로 봐야 할지 연내 금리 인상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이 어렵다"며 "일단 채권시장은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현재는 포지션을 비우고 관망 중이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총리의 발언이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C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총리가 부동산을 금리로 잡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한은 총재에게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비친다"라며 "매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4분기에 한은이 금리 인상을 하면 모양새가 더 좋지 않아 금리 인상의 가능성은 더 줄었다"고 말했다.

D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지난 금통위에서 총재는 부동산은 금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언급하는 등 큰 문제는 아닌 것처럼 발언했었다"며 "금리를 올리면 정치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서 오히려 판세가 좀 더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E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김태년 위원장이나 이 총리도 현재의 부동산 문제를 전 정권 탓, 한은 탓으로 돌리면서 한은에 독박을 씌우려고 한다"며 "한은 탓이라면 애초에 총재 연임을 시키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단 채권시장은 조심하자는 스탠스로 돌아섰다"고 덧붙였다.

syjeon@yna.co.kr

jhha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