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정유·석유화학업계가 올해 3분기 다소 부진한 실적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 흐름 등이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지난 2분기 정제마진 하락 여파와 국제 무역분쟁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13일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사이 증권사들이 발표한 실적 전망치(화면번호 8031)를 집계한 결과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73%, 44.11%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화학기업인 LG화학은 22.36%, 롯데케미칼은 23.86%, 한화케미칼은 31.83%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유와 화학 업황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국제유가가 상승 국면에 있고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이는 점 등은 정유업체의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두바이유 가격은 전일 배럴당 77.45달러에 최종 마감되며 연중 고점을 경신했다. 정제마진은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배럴당 평균 6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유사들의 비화학사업을 이끄는 파라자일렌(PX) 또한 지난 8월부터 스프레드가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정유업계의 수익 개선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휘발유 성수기가 종료됨에 따라 정제마진이 감소했으나 경유마진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합성섬유 PTA(고순도 테레프탈산)가 원료인 PX 가격 급등을 이끌면서 PX 비중이 높은 정유사들의 3분기 화학부문 실적 호조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석유화학업계도 일부 제품들의 스프레드가 강세를 보이면서 시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전망치가 나오고 있다. 달러-원 환율 상승과 제품 가격 인상, 전지와 정보전자 부문 등 신사업 분야의 이익 확대가 수익 개선을 뒷받침할 것으로도 평가됐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는 지난 7월 관찰된 정제마진 약세와 OSP(공식판매가격) 상승 등에 주목했다. 지난 6월 배럴당 평균 4.8달러로 연중 저점을 기록한 정제마진은 이후 소폭 반등했으나 지난 7월 배럴당 평균 5.5달러에 그쳤다. 앞서 지난 6월 사우디 아람코가 OSP를 인상함에 따라 정유사의 원유 구매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윤활유 사업은 원재료 가격 상승분이 3분기 제품 가격에 전가되며 스프레드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지난 2분기 정유업계의 실적 호조를 이끈 재고평가이익 또한 소멸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는 계절적 비수기로 연중 정제마진이 가장 낮은 시기"라며 "3분기 실적보다는 4분기 이익증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화학업체들은 올해 3분기 원재료 가격 상승과 정기보수 효과 등으로 다수 주력 품목의 스프레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은 폴리에틸렌(PE), 고기능 합성수지(ABS) 등의 스프레드가 줄고, 지난 2분기 화학기업 가운데 홀로 이익이 증가한 롯데케미칼의 경우에도 올레핀과 첨단소재 스프레드가 축소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화케미칼은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스프레드가 크게 둔화됐고, 폴리염화비닐(PVC)·가성소다 등의 시황도 개선 속도가 느려졌다.

여기엔 미·중 간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 내 수요위축과 위안화 약세, 정기보수 비용의 일부 반영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된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화학업체들의 주가는 3~4분기 실적둔화 우려와 중기 공급증가 우려 등으로 현재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3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하회할 전망이고 4분기에도 일회성 비용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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