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급격한 통화 약세를 틈타 터키와 아르헨티나 자산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고물가로 고통받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미국시간) 올해 터키와 아르헨티나의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며 펀드 매니저들이 고수익을 기대하고 싼값에 현지 주식 등 투자 자산을 매수했다고 말했다.

신문은 기대에 앞서 인플레이션이 자산의 실질 가치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것인지 가늠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여파를 측정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투자 성과는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 산출된다.

실제로 파인브리지의 안데르스 페저만 펀드 매니저는 터키의 실질 금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실질 금리는 물가를 고려한 금리다.

올해 터키 리라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각각 41%와 50% 추락했다. 투자자들의 우려는 이들 국가가 좀처럼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려 해 촉발됐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6월 금리를 8%에서 17.75%로 인상했다. 8월 물가 상승률이 17.9%라는 점에서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지난달 금리를 45%에서 60% 올렸다. 이로 인해 실질 금리는 29%로 계산됐다.

신문은 통화 가치가 바닥을 친 뒤에도 물가가 지속 상승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면서 중앙은행이 물가를 통제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리라화나 페소화 약세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서 교과서적으로 물가는 통화 공급 증가와 고용 활황에 따른 임금 상승, 정부 지출로 올랐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선진국과 신흥국을 막론하고 통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이 동반되고 있다는 게 신문의 설명이다.

아비바인베스터스의 다리우스 케드지오라 펀드 매니저는 "통화 가치와 인플레이션이 밀접하게 연관돼있다"며 "터키 당국이 이 상관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투자자는 희망이 있다면서 리라화 하락 속도가 물가 상승세보다 빠르지만 않으면 통화 약세가 수출 경쟁력 제고와 무역 관련 일자리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인베스코의 닉 메이슨 펀드 매니저는 "리라화 약세가 향후 2년간의 수출 및 관광 산업 부활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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