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정부가 치솟는 집값의 원흉으로 갭투자를 지목하며 임대사업자의 돈줄을 틀어막는 초강력 대책을 발표했다.

그간 임대사업자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아파트 투기를 위한 자금으로 우회 사용된 점을 정조준한 것이다.

이번 대책으로 임대사업자의 경우 가능한 대출 금액이 반 토막이 나는 만큼 대학생까지 나서는 갭투자 붐은 크게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가계와 법인 임대사업자가 혼재된 상황에서 단기간 내 시장의 투기 심리를 안정시킬 순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실수요자에 유통돼야 할 자금을 차단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정부가 13일 발표한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에는 임대사업자대출에 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ratio) 규제를 신규 적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그간 주택담보대출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 LTV 40%(다주택자는 30%)가 적용되지만, 임대사업자대출은 LTV가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은행들은 평균 60%에서 최대 80%까지 임대사업자에게 대출을 제공해왔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든 배경이다.

이번 조치로 임대사업자 대출이 이전의 절반 수준인 40%로 대폭 축소되면서 사실상 갭투자를 위한 임대사업자 등록 유인은 없어졌다.

특히 강남과 같은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내 공시가격 9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을 새로 사는 주택담보대출은 원천적으로 금지된 만큼 법인성 임대사업자의 투기도 크게 제한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또한, 건당 1억 원이 넘거나 한 사람에게 5억 원을 넘는 경우 은행의 점검을 강화했고, 용도 이외의 대출이 적발되면 이를 회수하고 최장 5년까지 임대업 관련 대출을 막기로 한 것 역시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임대사업자 대출을 통해 대출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은행 역시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 수단을 발표한 만큼 무리해서 대출을 공급하기엔 부담이다.

그동안 갭투자는 세입자의 보증금과 분양권의 중도금, 여기에 은행에서 받은 약간의 레버리지로도 아파트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어 손쉬운 부동산 투자로 인기를 끌어왔다.

온라인상 각종 부동산 카페를 중심으로 이러한 투기가 성행하면서 등록된 임대 주택만도 100만 채를 넘어섰다.

서울 은평구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20평형 이하 소형 주택은 3천만 원, 그 이상의 중형 주택은 5천~7천만 원의 돈으로 전세를 포함해 갭투자에 나서는 수요가 꽤 많았다"며 "대학교 내 갭투자 소모임이 있을 정도로 수요가 넘쳐났지만, 지금은 기존 계약을 철회하거나 매입한 주택을 되팔려고 하는 문의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 중 투기 성향의 가계성 대출을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 건당, 동일 인당 대출 한도가 축소된 만큼 당초 취지에 걸맞은 임대사업자의 자금 통로를 막을 뿐 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투기에 나서는 수요는 잡아내기 힘들 수 있어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임대사업자에 LTV 규제를 적용한 것은 무늬만 법인인 가계성 임대사업자를 잡겠다는 뜻"이라며 "오히려 이번 조치로 상가 등의 공실률이 커져 현금 확보가 시급한 차주들이 매각에 나서면 부동산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결국 대출 총량을 줄이는 데는 LTV 규제만 한 방법이 없어 정부로서는 세제혜택 축소와 함께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크게 꺾인다면 기존 여신들의 리스크는 커질 수 있어 은행들은 부동산과 임대업 관련 여신관리에 당분간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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