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금융감독원이 전자공시시스템의 공시 내용과 정반대의 카드사 실적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수수료인하를 위해 무리한 실적 발표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당국이 이를 부인하면서 향후 수수료 재산정 과정에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이 8천101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0.9%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관리하는 전자공시시스템에 이미 발표된 카드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9천6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31.9% 감소했다.

같은 카드사의 실적을 놓고 상반된 실적이 발표된 것은 순이익 계산 방식에서 금융당국과 일반적인 회계기준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이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하는 실적은 국제 회계기준(IFRS)에 따라 책정한 실적이지만, 금감원은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기준을 앞세워 발표한다.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과 국제 회계기준(IFRS)은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이 달라 순이익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양측 기준에 따른 순이익 차이는 2016년 상반기에는 841억 원이었는데, 올 상반기에는 1천565억 원으로 차이가 크게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6월 카드사들이 복수 카드론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과거 대출까지 일시에 적립하면서 대손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올해는 지난 6월 이후 변동분만 대손 비용으로 반영하면서 실적에 착시 효과를 줬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규정은 당국에서 바꾸도록 한 것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카드사 실적이 좋아졌다고 발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실적 발표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카드 업계에서는 수수료인하에 대한 논리를 만들기 위해 무리수를 두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카드사 실적이 좋아졌다면 은행과 합병 이야기가 나올 이유가 없다"며 "수수료인하 논리를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발표한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카드사의 실적 발표기준은 예년과 특별히 바뀐 부문이 없다며 수수료인하 논리 마련 등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신전문업의 경우 비 카드 여전사 중 IFRS를 적용하지 않는 회사도 있어 통일된 기준 적용을 위해 감독규정 기준으로 발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실적 발표에는 감독규정 기준 실적 발표 이외에 IFRS 기준의 실적도 추가로 기재했다"며 "다른 의도를 가지고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처럼 논란이 커지자 앞으로 예정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정 등 수수료 논의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업계의 갈등이 깊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카드 업계는 최근 가맹점수수료 적격비용 산정 연구용역 결과 초안을 보고받고 내년부터 적용될 카드수수료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카드수수료율은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 개정을 통해 마련한 원칙에 따라 카드결제에 수반되는 적정원가를 3년마다 조정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수수료 이외에도 의무수납제 폐지, 담뱃세 편의점 매출 제외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입장 차이에 따른 진통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으로 카드수수료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금융당국이 초래한 실적 발표 논란은 향후 논의 진행과정에도 부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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