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을 옥죄면서 그나마 대출 여력이 확대되는 증시로 시선이 옮겨갈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9월부터 대형 증권사의 신용공여 여력이 자기자본 대비 200%로 확대되면서 주식담보대출을 늘릴 가능성이 커졌다.

대출을 지렛대 삼아 부동산에 뛰어들었던 투자자들의 대출 길이 막혔지만 증시에서는 오히려 대출의 여지가 생긴 셈이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7일부터 신용융자 기본형의 한도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매매형은 10억원에서 15억원으로 늘렸다. 예탁증권 담보융자 한도도 10억원에서 15억원으로 올렸다.

삼성증권도 한달전에 신용융자 한도를 신규, 기존고객 모두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했다. 예탁증권 담보대출은 3억원에서 10억원까지 늘렸다.

NH투자증권 역시 지난 7월에 신용융자 한도를 늘렸다. KCB등급 1~4등급은 10억원에서 20억원, 5~7등급은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신용융자, 대주통합한도를 약 30억원까지 확대했다. 주식담보대출은 개인 한도가 약 5억원, 법인은 최고 10억원까지 가능하다.

신용융자는 대출기간이 최대 300일 정도로 짧다.

하지만 예탁증권담보대출(주식담보대출)은 기한이 길고, 긴급자금 조달 용도로 쓰기도 한다.

즉, 대출받은 금액의 용도를 따지지 않아 주식에 더 투자하거나 생활비, 부동산투자에도 쓸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은 아직 신용융자 한도 확대를 내놓지 않았지만 대형 증권사의 대출 여력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증권사의 신용공여한도가 기존 자기자본대비 100%에서 200%로 확대됐고, 초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하면서 자금 조달력도 좋아진 증권사는 신용대출이나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이자수익을 벌 수 있게 됐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꺾일지는 아직 판단 보류 상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9월20일 이후 내놓을 부동산 공급 대책까지 확인해야 향후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잡힐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시중의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서 증시로 옮겨오기에 이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증권사의 대출 여력이 확대되더라도 당분간 부동산 대책의 여파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은 불이 금방 붙었다 금방 꺼지지만 부동산은 한번 불붙기도 어렵고, 불이 붙으면 좀처럼 꺼지지 않는 이탄(peat)과도 같다"며 "다음주 추가로 나올 공급대책에서 부동산 공급 신호를 강하게 주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투자 자금이 부동산에서 증시로 오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홍 팀장은 "부동산 정책에서 대출을 누르는 건 좋지 않다"며 "최근 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보다 마진이 높은 신용대출, 상업대출 등을 늘리고, 증권사들까지 주식담보대출을 늘리는데 부잣집 막내아들 정도만 집을 살 수 있도록 대출을 규제한다면 서민들은 고금리 대출로 향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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