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과거에는 신흥시장에 금융위기가 닥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식으로 구조대 역할을 맡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미 금융위기의 한가운데에 놓인 터키와 아르헨티나뿐만이 아니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네시아, 멕시코마저 통화 가치가 급락하며 현재 신흥시장 전반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날 터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4%까지 한 번에 무려 6.25%포인트 인상한 것은 터키가 얼마나 급박한 상황인지 단번에 드러냈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고 물가는 급등하는 상황에서 투자심리를 복구하기 위해 터키 당국은 이처럼 극단적인 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신흥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은 과거에도 있었고 이럴 때 연준은 어김없이 구조의 손길을 내밀었다. 미국이 정의로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신흥국 위기가 미국 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틀어막고자 금리를 조절해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었다.

지난 2016년 초 신흥시장 위기 당시에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연준이 대응했다. 연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015년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신흥시장이 충격을 받자 미국 경제도 타격이 예상된다는 우려에 추가 금리 인상을 미룬 것이다.

1990년대 말에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과 아시아 외환위기가 잇달아 터지면서 연준은 선진시장 전반으로 공포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WSJ은 하지만 연준은 이번만큼은 신흥국 위기에도 금리 인상 경로를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며 2016년 초 때와 달리 미국 경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뿐더러 미국 금융시장도 90년대 말보다 신흥시장 위기에 덜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흥시장 입장에서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충격을 상쇄할 만한 무기가 있다. 미국과 다른 선진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면 수출주도형 신흥국은 수출을 늘려 경제를 살릴 수 있게 된다. 중국은 재정부양책까지 동원하며 경제를 지탱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WSJ은 "다만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긍정적인 면이 위기를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면 신흥시장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신흥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 추이>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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