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금리 인상 깜빡이를 켜고 있었지만, 금리를 인상하면 정부의 압박을 이기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서다.

시장 참가자들은 한은이 좀 더 세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14일 "부동산을 겨냥해 통화정책을 할 수는 없다"며 "기준금리는 금통위가 중립적,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은 독립성 훼손 논란을 차단하려고 나선 것이다.

전일 이낙연 국무총리의 금리 인상 발언으로 채권시장이 요동쳤다.

이 총리 발언 직후 채권금리는 5bp 이상 뛰어오르기도 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급하게 반영했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시장금리는 하락 흐름이 유지됐다. 국고채 3년물은 1.9%가 무너지기도 했다. 채권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에 회의적이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한은이 금리 인상 깜빡이를 끈 건 아니다. 이주열 총재는 "우리 경제가 견실한 성장을 이어가고, 물가도 목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은과 금융시장 간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는 셈이다.

한은은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금통위원 기자간담회도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날 아침 윤면식 부총재의 발언 또한 커뮤니케이션 강화의 목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채권시장은 한은이 좀 더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이미 여러 번 금융시장과의 소통에 실패하면서, 한은 깜빡이의 무게가 가벼워졌고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한은이 금리를 결정할 때보다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에 금리 변동 폭이 더 큰 이유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한은이 연내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정부가 금리 올리라고 해서 올렸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정말 금리를 올린다면 세밀하고 명확하게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부총재가 최근 한은에 대한 화살을 막아내려고 작심 발언을 했다"면서도 "한은이 언제 금리를 올릴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메시지를 던졌다면, 정부 관계자들 발언에 이렇게까지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도 "한은이 독립적이라고 말하지만, 금융시장은 그걸 믿지 않는다"며 "8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인상 깜빡이를 유지했다고 평가하면 채권 금리가 그 날 큰 폭으로 하락했겠냐"고 반문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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