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정부가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대출을 제한하는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향후 은행들의 실적에도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여신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9·13 부동산 대책이 대출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논의에 들어갔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8·2 대책과 비교해도 훨씬 강도가 센 규제를 들고 나왔다"며 "실무 부서에서는 대출 업무에 줄 수 있는 영향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은행권이 주목하는 이슈는 규제 지역에서의 다주택자 대출 봉쇄와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강화다.

정부는 2주택 이상 보유 세대가 규제 지역에서 주택을 새로 구입하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원천 금지한다.사실상 담보인정비율(LTV) 0%를 적용하는 셈이다.

1주택 세대도 규제 지역에서는 원칙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근무지 이동, 이사, 부모봉양 등 실수요가 있거나 자녀 학교 취학, 질병 치료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만 예외를 허용한다.

규제 지역에는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이 포함된다. 서울은 전 지역이 규제 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지금까지 임대사업자 대출은 LTV를 적용받지 않았지만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은행들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주택을 담보로 한 경우 임대사업자 대출에도 LTV 40%를 적용해야 한다.

임대사업자 대출은 그간 LTV 규제를 피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된 경우가 많았다. 지난 6월 말 기준 우리ㆍKEB하나ㆍ국민ㆍ신한ㆍ기업ㆍ농협ㆍ부산ㆍ수협은행 등 16개 은행의 부동산ㆍ임대업 여신 규모는 174조7천367억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앞으로 은행들의 대출 실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은경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대책은 지난 4월 시행된 양도세 중과로 부동산 시장의 공급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수요마저 차단했다"며 "대출 성장률 둔화로 내년 이후 은행의 자산 성장률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대출 감소가 가져올 추가적인 부담은 예대율 하락에 따른 이익 훼손이다"며 "대출과 달리 예금은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 흐름이 제한되면서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대출 수요가 왕성한 지역에 강도 높은 LTV 제한이 적용되면서 향후 주택대출 증가세의 억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부동산·임대업 대출도 규제 강화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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