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창의적인 경기부양책'이라고 예고했던 경기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으나, 최근 꼬꾸라지는 국내외 경기를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란 반응이 대부분이다.

박재완 장관의 예고에 잔뜩 기대했는데, 일부 감세조치를 빼면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평가다. 일부에선 내년에 지급할 근로소득세 환급금을 올해에 미리 풀자는 계획은 '조삼모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같은 대규모 재정정책을 사용해야 할 시점에서 '스몰볼(small ball)' 대책에 그쳤다는 것이다. 즉 대규모로 빚을 내 경기를 살릴 수 있는 '큰칼'을 써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외면했다는 주장이다.

물론 정부가 현재 경기상황에 대해 안이하게 보는 것도 아니다. 박재완 장관은 전일 경제활력 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향후 경제여건이 녹록지 않다. 지금은 위기국면이 상시화되고 장기화되는 양상이다"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굳이 추경과 같이 대규모로 빚을 내서 경기를 살리는 경기부양책을 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금융위기 직후엔 재정확대를 쉽게 선택했으나, 지금은 추경 효과와 국내외 경기상황 등 오히려 고려해야 할 게 많다는 반응이다.

박재완 장관도 "추경 요청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집행하고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차가 따를 뿐 아니라 추경 편성요건에 관한 해석을 보더라도 적합하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추경에 반대 뜻을 고수하고 있다.

국가부채를 늘리지 않으면서 국가재정법상 논란도 피하는 방안으로 재정확대보다 재정지원을 보강하는 대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추경해도 결국 토목공사나 일부 계층에 대한 나눠주기에 불과하고 이런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 정책효과를 거두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재완 장관도 국내외 경기상황을 고려해 앞으로 재정과 통화정책의 여력을 확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활용 가능한 재원으로 해외발 내수경기 부진에 대응하고 혹시나 모를 향후 경제위기에 준비하자는 취지다.

현재 재정투입을 꺼리는 것은 국내외에서 뚜렷한 현상이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언제든 재정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지만, 미국은 재정절벽을 앞두고 있고 유럽은 과거 무리한 재정투입으로 사실상 국고가 비었다.

박재완 장관이 해외 언론으로부터 과도한 재정투입에 맞선 '재정파수꾼'으로 극찬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번 정책에 대한 반응에서 읽을 수 있듯이 빚내서 경기를 살리는 재정정책을 쓰지 않는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빚내서 경기를 살리는 정책은 상대적으로 쉬운 정책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금융위기 직후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재정만 투입하면 됐기 때문에 지금보다 경제정책 운용이 오히려 수월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르는 위기에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재정정책의 여지를 남겨둔 채 고민 끝에 경기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야속한 평가가 주류를 이루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정책금융부 외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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