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투자은행(IB)부문 대표 출신이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오른 골드만삭스가 조직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골드만은 은행 최고위급 인사에 IB 인력을 대거 기용하고 있다.

은행 내 권력의 추가 금융위기 이후 수익 부진을 면치 못한 트레이딩에서 다른 사업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신임 CEO는 내달 1일부로 현재 IB부문 이사로 있는 존 왈드론을 회장 겸 최고운영자(COO)로 임명했다. 트레이딩 출신의 마틴 차베즈가 있던 최고투자책임자(CFO) 자리에는 스테판 셔 최고전략책임자가 임명됐다.

차베즈 CFO의 경우 트레이딩 부문으로 돌아가 이사직을 맡게 됐다.

골드만은 지난 2016년 말 솔로몬 CEO를 당시 사장에 앉히고 트레이딩 잔뼈가 굵은 하비 슈워츠를 공동 COO로 임명했었다. 이들은 블랭크페인 회장의 후임 후보로 분류됐고, 전통적인 경쟁 관계였던 IB와 트레이딩 간 갈등이 다시 부상한 계기가 됐다.

과거 블랭크페인 회장이 승진시켰던 트레이딩 고위 간부들은 거의 모두가 회사를 떠났다. 그 자리에는 돈을 끌어모아 자문 역할을 하면서 고객 영업을 하는 '딜 메이커' 집단이 차지하게 됐다. 솔로몬 CEO가 회사의 근간을 다시 만들고 있는 셈이다.

트레이딩 출신 차베즈 CFO가 물러난 것은 골드만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고전하며 주식 바이백 규모를 줄인 지 18개월 만이다. 바이백 축소로 골드만은 투자자의 원성을 들어야만 했다.

골드만의 주가는 경쟁사에 뒤처졌고, 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차베스의 설명은 트레이딩 부진과 신규 사업 확장에 불안해하는 주주를 안심시키지 못했다.

차베즈는 트레이딩 부서로 돌아가 기존의 트레이딩 역할보다는 비용 감축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고객 소통 등에 대해 솔로몬 CEO를 도울 것으로 예상된다. 월가 은행은 트레이딩이 더욱 자동화되며 암호를 만드는 기계(coder)에 더욱 의지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회장 겸 COO로 임명된 왈드론은 IB부문 공동이사로서 회사 수익의 3분의 1가량을 책임졌다. 셔 CFO 지명자는 중산층 은행 업무를 총괄했다.

두 사람 모두 회사 수익에 크게 기여했고, 솔로몬 CEO와는 직속으로 일을 함께한 경험을 갖고 있다.

블랭크페인 회장은 2000년대 관련 시장 호황과 함께 원자재 트레이더로서 위상을 높였고, 차베즈와 슈워츠, 게리 콘 등과 함께 채권 트레이딩 플로어 동료에서 고위직으로 승진했다.

이 가운데 슈워츠와 콘은 회사를 떠났고, 블랭크페인과 가까운 두 명의 고위급 트레이딩 임원은 솔로몬이 차기 CEO로 부상하자 올해 초 은퇴했다.

WSJ은 "솔로몬 신임 CEO는 물러나는 블랭크페인 회장의 뒤를 이어 회사 리더십을 빠르게 변화시키고자 한다"며 "이것은 또한 골드만 트레이딩에 대한 IB부문의 승리를 보여주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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