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정부가 전세보증금을 지렛대로 주택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갭(Gap)투자 세력을 서울 주택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꼽으면서도 이를 막을 수 있는 전세보증금 과세는 강화하지 않고 남겨뒀다.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 성격이 모호한 데다 자칫 안정적인 전세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전세보증금을 승계해 주택을 매입한 비율은 올해 3월 56.8%에서 4월 49.2%로 줄어들다 5월 50.2%, 6월 50.8%, 7월 56.6%로 증가하는 추세다.

주택매입 시 제출하는 자금조달 계획서에도 거주 의사가 없다는 답변이 다수를 차지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서울에서 성행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전세가율)은 8월 기준 69.0%다.

10억 아파트를 매입한다고 했을 때 전세보증금을 승계한다면 매수자의 실부담금은 3억1천만 원이라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주택업계 일부에서는 정부가 9·13 대책에서 전세보증금에 대한 간주임대료 과세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전세보증금은 갭투자자에게 무이자 차입과 같은 효과를 낸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가 3.45%인 만큼 이에 상응하는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고 과세하면 무이자 차입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전세보증금은 세입자에 대한 집주인의 부채"라며 "부채에 대해 과세한다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예치한다고 했을 때 여기서 발생하는 소득은 원천징수된다"며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다주택자에 대한 간주임대료 과세가 내년부터 강화되는 만큼 시장의 반응을 지켜보는 게 먼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국회에 제출한 세법 개정안에서 간주임대료 과세가 면제되는 소형주택의 기준을 기준시가 3억 원, 전용면적 60㎡ 이하에서 기준시가 2억 원, 전용면적 40㎡ 이하로 강화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갭투자 세력에 대한 대책은 대출규제 강화 등 9·13 대책에서 충분히 제시했다"며 "전세보증금 과세 강화는 매매와 달리 안정적인 전세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어 이번 대책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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