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최근 정유·화학기업들이 우호적인 업황에 힘입어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그룹 내 실적 개선과 신용도 상승에 '일등공신'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 선두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보다 103.2% 확대하면서 SK하이닉스와 함께 SK그룹의 전체 실적에 힘을 보탰다.

과거 SK그룹의 주력 부문이었던 정보기술(IT)과 통신, 제약·바이오 계열사들이 주춤하는 사이 SK이노베이션이 사업 다각화로 수익성을 대폭 개선한 영향이다.

SK이노베이션은 본업인 정유사업 외에 화학사업으로도 눈을 돌려 시설투자와 인수합병(M&A) 등 활발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신사업으로 배터리 부문을 낙점한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와 중국에 약 1조6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들여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지난해엔 미국 다우사의 에틸렌아크릴산(EAA)사업과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을 인수한 바 있다.

SK그룹은 에너지 부문을 그룹 내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향후 3년 동안 관련 사업에 13조원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GS그룹도 앞으로 5년간 에너지 부문에 14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전체 투자 계획 20조원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이에 따라 GS에너지와 GS칼텍스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설비투자와 향후 신사업 진출 등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GS칼텍스의 실적 개선세는 GS그룹의 기업가치를 높일 것으로 평가됐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GS그룹의 이익을 좌우하는 요인은 여전히 GS칼텍스"라며 "아시아 스폿 정제마진이 고점을 돌파하면 GS그룹 역시 경쟁사와의 실적 격차를 좁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 등에 긍정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후 그룹의 무게중심이 조선에서 정유·화학으로 옮겨갔다고 봤다.

한기평은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업 부진으로 그룹 외형이 지난 2015년 이후 축소됐다"면서 "그러나 정유·화학 부문이 국제유가 상승과 현대케미칼의 MX(혼합자일렌) 가동 등에 힘입어 2017년부터 대폭 성장하며 조선 부문의 실적 부진을 상쇄하고 그룹 실적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하반기 예정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와 지주사로의 자금유입은 그룹의 재무부담을 줄임으로써 신용등급 상향에 도움 줄 것으로 전망됐다.

한기평은 "현대오일뱅크의 실적과 재무구조는 그룹 전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며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가 완료되면 신용등급 상향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10월을 목표로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이 구주매출방식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현대중공업지주의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학업계의 맏형격인 LG화학도 LG그룹 전체 실적에 힘을 보태며 그룹 내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2조9천28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LG전자가 달성한 영업이익인 2조4천685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LG화학은 지난 2016년 팜한농과 양극재 사업을 인수하고, 이듬해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는 등 신사업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만 해도 LG화학은 시설투자(CAPEX)에 전년 대비 52% 증가한 3조8천억원을 투입해 글로벌 톱 5위 화학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내 '캐시카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4년 기록한 '실적 쇼크'의 악몽을 털고 지난해에만 3조원에 가까운 흑자를 내며 실적 상승세를 연출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그룹의 유통부문 이익기여도가 축소되고 화학부문의 이익기여도가 확대되고 있다"며 "롯데그룹 실적은 롯데케미칼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롯데그룹 내 유통부문 이익기여도는 지난 2013년 48%에서 2017년 26%로 감소한 반면 화학부문 이익기여도는 같은 기간 22%에서 54%로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그룹 내 화학계열사들은 신용등급 전망치도 상향조정되는 추세다. 롯데케미칼(신용등급 'AA+')의 등급 전망은 지난 2016년 말 '부정적' 꼬리표를 떼고 '안정적'으로 바뀌었다. 롯데정밀화학('A+')은 등급 전망이 올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조정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7월부터 창사 이래 처음으로 TV 광고를 제작해 전파를 탔다. 그간 B2B(기업 간 거래) 사업 특성상 소비자를 상대로 한 광고의 필요성을 못 느꼈지만, 그룹의 이미지 변신 등 목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유통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이번 캠페인을 통해 그간 잘 알려지지 못한 롯데케미칼의 위상과 규모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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