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당국의 금융시장 가격 통제가 잇따르고 있다. 다음 달 자동차보험료,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원가 재산정 작업 등이 본격화하면 금융회사와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18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이르면 다음 달 자동차보험료 인상하기로 하고 시기와 폭을 저울질 중이다.

유례없는 폭염에 기습 폭우까지 겹치며 지난달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 안팎까지 치솟은 데다, 지난 6월 8년 만에 자동차 정비요금이 인상되면서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들어 영업실적이 악화되면서 자동차보험이 1년 만에 다시 적자전환으로 돌아선 것도 보험료 인상 요인이다.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지난달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보험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온라인 전용 보험 확산에 따른 사업비 절감 등 인하 요인도 있다"며 "실제 보험료 인상 수준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손보업계도 여론 등을 고려해 당초 7~8%대에서 3~4%대로 인상 폭을 낮춰 잡았지만,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료 인상률이 2%를 넘어서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사실상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상 폭을 정해준 셈이다.

금융감독원도 지난달 '2018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을 발표하면서 "인터넷 보험가입이 증가하고 있고 경미한 자동차사고 기준 등이 확대되면 그만큼 보험금 누수도 줄어들 것"이라며 "국민 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보험료 조정 등에 대해 업계와 협의하겠다"고 언급했다.

보험료 책정이 시장 자율이지만 자동차보험은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는 만큼 서민의 금융부담 측면도 고려해 보험사들도 절반 정도는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수장 발언이나 금융업계 경영실적 관련 보도자료 등을 통해 금융당국이 직간접적으로 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모습은 자동차보험뿐 아니다.

최근에는 금감원과 카드업계가 카드업 상반기 실적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금감원은 지난주 8개 상반기 전업 카드사 순이익이 작년 상반기보다 50.9% 늘었다고 발표했으나 카드업계는 오히려 순이익이 31.9% 줄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실적 차이는 순이익 계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기준으로 실적을 집계했으나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변경된 감독규정 기준 순이익으로 발표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 보험 등 다른 업권은 다 IFRS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하는데 유독 카드업만 감독규정으로 기준을 바꿔 실적발표를 한 것은 정부가 가맹점수수료를 더 낮추려고 하는 꼼수"라며 "이례적으로 자료에 마케팅비용을 따로 공개한 것도 카드사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성이 짙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신용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으로, 중소·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0%대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현 정부가 가격 결정을 시장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금융당국의 가격 개입 정책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보험료와 카드 수수료는 오르는 만큼 서민들의 물가 부담도 커진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적극적인 가격 통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료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KDI의 실손보험료 인하 여력에 관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각 보험사에 추가로 실손 보험료를 인하할 것으로 압박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이른바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만년 적자 상태인 실손보험 손해율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현 정부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지기 직전"이라며 "가격 책정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보다는 당장 표심을 의식해 가격 내리기에만 급급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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