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통화 약세가 멈추지 않자 월가에서도 신흥국 불안이 미국에 파급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지난 16일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팀은 보고서에서 "중국이 무역협상을 거부하면 긴장 완화의 실마리가 없어져 매우 부정적이다"고 평가했다.

당초 미중 무역협상이 27~28일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국이 2천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 측이 협상을 거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은 무역갈등과 신흥국 위기가 심해지는 시나리오를 경계하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경제 지표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상하이 증시는 17일 3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신문은 신흥국 경제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아 미·중 무역마찰의 영향이 파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씨티는 "신흥국 경제의 시련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터키에서 시작된 신흥국 통화 약세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전일 인도 루피화는 한때 사상 최저치에 근접했다. 미국에 상장된 인도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아이셰어즈 MSCI 인도 ETF'는 전주말 대비 2% 급락했다.

현재 신흥국 불안의 수혜를 받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주가는 사상 최고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신문은 신흥국 위기 확산을 본 시장참가자들이 그 지속성을 재점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당국 규제와 은행 리스크관리 강화로 금융시스템이 위협받을 가능성은 적지만 "시장 심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신흥국 채권이나 주식의 급락으로 투자자들의 리스크 허용치가 저하되고 이에 따라 미국 주식이 영향을 받는 시나리오를 현재로썬 점치기 어렵다면서도 불씨가 잠재돼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가 2005년 이후 유출입을 살펴본 결과 현재 신흥국 채권·주식 자금은 3천500억 달러에 달했다. 올해 초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10년래 최고 수준이다.

신문은 저금리의 어려움 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투자자들이 신흥국 자산에 투자해왔지만 해당 전략이 투자자들에게 고통을 불러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17일 넷플릭스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S&P500 지수 상승을 이끌어온 종목군의 주가가 하락했다. 미국 존스 트레이딩은 "지금까지 매수세가 이어졌던 종목에서 헤지펀드의 자금이 일제히 철수한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신흥국 불안을 의식한 움직임이 이미 시작했을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jhmo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