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지난 8월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내외 금리 차와 이에 따른 자본유출 문제가 상당 시간 논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인 가운데,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책금리 차이가 75bp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둔 듯 몇몇 금통위원들의 질문이 나왔다.

금통위원들은 대체로 내외금리 역전으로 자본유출이 생길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강했다.

19일 한국은행이 전일 공개한 제16차(8월 31일 개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가계·기업 등 리테일 수준에서는 내외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금통위원은 "환 헤지 없는 리테일 자금은 국외로 유출되기 전에 국내 외화예금으로 예치되겠지만, 최근에는 외화예금이 오히려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 예금 금리가 외화예금보다 낮아진 상황에서 원화 약세 전망까지 더해진다면, 외화예금은 증가해야 하지만 "리테일 수준에서 자본유출 우려는 전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금통위원은 최근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자금에는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자본손실을 피하려는 단기자금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며, 내년에는 이 자금이 해외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금리가 어느 정도 높아진 뒤에는 중립금리 수준에 대한 논쟁과 함께 (금리가) 횡보할 수 있다"며 "2006∼2008년 투자환경이 급격히 변화했던 사례를 상기해 보면, 외국인자금의 차환율이 갑자기 하락할 수도 있으니, 외채 만기구조에 계속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내외금리 차와 자본 유출입 문제는 기축통화국 여부와 글로벌 달러 유동성에 따라 결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금통위원은 "달러 유동성이 풍부할 경우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 간에 자본 흐름 상 큰 차이가 없으나, 유동성이 축소될 경우에는 금리 및 펀더멘탈 차이 등에 따라 커다란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펀더멘탈이나 미스 프라이싱 측면에서 별문제가 없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도 다른 나라와 달리 레버리지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달러 유동성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향후 글로벌 충격이 닥칠 경우 우리나라의 높은 레버리지로 인해 대응 여력이 크게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위원은 한은에 최근 외국인 채권자금이 8개월 연속 순 유입되고 있는 배경 및 시장에서 거론되는 한미 기준금리 임계치(100bp)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달러 유동성에 여유가 있는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외신인도에 비춰 우리나라에 투자유인이 있다"며 "취약신흥국의 금융불안에 따라 우리나라의 양호한 대외건전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답했다.

또 "기존 유입된 채권자금은 중장기 공공자금 비중이 높고 보유 채권의 듀레이션도 비교적 긴 점에 비추어 볼 때 장기금리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지만, 최근 유입된 자금은 만기가 짧아졌으며 상당 부분 차익거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자본유출이 본격화되는 한미 금리 차 임계치는) 특별한 근거가 있다기보다 다분히 심리적인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낮은 기준금리에 내포된 의미와 해석에 따라 투자자금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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