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소매판매액 등 소비 지표가 호조를 띠고 있는데도 소비심리가 하락세를 나타내 경기 판단에 혼선을 주고 있다.

정부는 심리지표보다는 소매판매액 추이에 힘을 싣고 수출과 함께 소비가 경제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동기대비 소매판매액은 올해 1월 1.6%에서 2월 6.5%, 3월 7.0%로 고점을 찍은 뒤 6월 4.1%까지 내려오다 7월 6.0%로 다시 증가했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에 힘입어 자동차 판매액이 전년동월대비 15.9% 증가하는 등 내구재 7.7%, 준내구재 7.8%, 비내구재 4.5% 증가했다.

민간소비(GDP잠정치)는 올해 2분기 들어 전기 대비 0.3% 증가했지만 전년동기대비로는 2.8% 증가했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최근 우리경제는 수출·소비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소비지표와 달리 소비심리지표는 작년 말 이후 줄곧 하락세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작년 11월 112.0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월 109.9에서 8월 99.2까지 하락 흐름을 보였다.

특히 8월 CCSI는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와 전망을 어둡게 했다.

KDI는 'KDI 경제동향' 9월호에서 "소매판매가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영향으로 일부 회복됐으나 소비자심리 하락 등 향후 소비 증가세를 제약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은 상존한다"고 전망했다.

또 "소비 관련 지표가 다소 회복됐으나 내수 개선을 견인하기에는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제시했다.

정부는 작년 말 이후 소비심리와 지표의 괴리가 보였다며 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작년 말 이후 미중 통상마찰, 주식시장 동향 등이 소비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그럼에도 소비 자체는 견조하게 이뤄지고 있다. 소매판매가 전년동월대비 6% 증가했다는 것은 경제성장률에 비춰볼 때 상당히 큰 수치"라고 말했다.

증권가 일부에서는 고용 양극화가 소비지표와 심리의 상반된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상용직 취업자 수 증감이 소매판매액과 비슷한 흐름을, 임시·일용직 취업자 수 증감이 소비심리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8월까지 상용직 취업자 수는 월평균 전년대비 35만 명 증가하는 반면 자영업·무보수 가족·임시·일용직 취업자 수는 월평균 전년대비 24만 명 감소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심리는 자영업·일용직 취업자 감소와 비슷한 궤적을 보이는 반면 실제 소비는 상용직 취업자 증가와 비슷한 궤적을 보였다"며 "일자리 양극화가 소비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지만 상용직 취업자들의 소비성향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spn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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