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과 이탈리아가 모두 재정적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음에도 채권시장이 이탈리아 국채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골드만삭스가 분석했다.

18일(현지시각) 미국 마켓워치에 따르면 골드만의 프라빈 코라패티 수석 금리 전략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높더라도 반드시 국채금리와 공공부채 사이의 '죽음의 나선'이 초래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골드만은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오는 2021년이면 5.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는 내년 예산안이 유럽연합(EU)이 규제하는 GDP 대비 3% 선을 지키느냐가 채권시장의 관심사다.

그럼에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5월부터 줄곧 0.2% 수준의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는 반면 같은 기간 이탈리아 10년물 금리는 1.7% 수준에서 3.3%까지 급등했다.

골드만은 양국 간 부채 수준과 국채금리의 움직임이 이처럼 차이 나는 배경 중 하나로 통화 발권력을 꼽았다.

코라패티 수석은 "정부 부채가 증가할수록 투자자들은 상환 불능 위험을 피하고자 당연히 더 높은 채권 수익률을 요구할 수 있지만,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동원해 언제든 국채를 흡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채권금리가 튀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탈리아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일원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에 기대야 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ECB가 연말이면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하기로 한 상황에서 이탈리아는 더는 ECB에 의존할 수 없게 됐고 투자자들은 이를 불안 요인으로 꼽는 것이다.

골드만은 또 미국과 이탈리아의 경제성장 기대치가 다르다는 점도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2.9%, 내년에는 2.8%로 예상될 만큼 견고한 반면 이탈리아는 내년에 1.1%까지 눈에 띄게 둔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코라패티 수석은 "미국이 이탈리아보다 재정적자를 더 큰 규모로 불려 나가고 있지만, 양국의 성장률 차이는 이탈리아의 재정 건전성이 더 빠른 속도로 악화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탈리아는 미국보다 GDP 대비 부채율이 낮음에도 부채 경로는 더 나빠 보인다"고 말했다.

골드만이 꼽은 세 번째 원인은 '구축효과(crowd-out effect)'다.

통상 국채는 금리가 높아질수록 기업으로 흘러들어 갈 자금마저 빨아들인다. 신용등급이 더 높은 국채가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면 회사채보다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런 이유로 자금을 덜 확보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경제성장세는 둔화하게 된다. 이는 다시 국가 세수의 감소를 초래하고 정부는 부채를 상환하는 데 더 힘이 든다.

코라패티 수석은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 부채규모가 엄청나지만 구축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미국은 전 세계의 기축통화이고 일본은 기업들은 일본 국채에 투자할 여력이 있을 만큼 여유 자금이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은 저축 기반이 실제로 상당하다며 이런 점이 이탈리아와 다른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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