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18일(현지시간) 8명의 금융 전문가들에 향후 금융위기 가능성을 물어봤다.
이들은 대부분 당장 금융위기가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다음 위기에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복스가 인터뷰해 정리한 것을 요약한 것이다.
◇ 빌 에먼스, 세인트루이스 연은 부총재보·연구원
2008년 금융위기는 '두 개의 레버리지 주기'가 역전되면서 초래됐다. 즉 주택담보대출의 폭발과 모기지 담보증권을 통한 금융시장의 폭발이었다.
주택시장의 붕괴만으로는 금융위기가 오지 않는다.
2008년 금융위기는 주택 버블이 꺼지고, 곧바로 금융시장 버블이 꺼지면서 왔다.
이후 방어막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으며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또 다른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조만간 또 다른 위기가 올 것 같지는 않다. 기저 경제와 금융시장이 많이 달라졌고, 금융위기 이후 많은 피해를 남겼기 때문이다.
◇ 크리스티나 후퍼, 인베스코 글로벌 시장 전략가
금융위기 이후 비슷한 위기를 막기 위해 당국은 많은 규제를 내놓았다. 이 때문에 정확히 같은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다른 위기에는 더 취약해졌다. 일례로 도드-프랭크법의 볼커룰은 시장조성자들을 제거해 유동성을 축소했다. 이는 또 다른 위기를 낳을 가능성을 높인다.
또 다른 위기가 발생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도구도 많지 않다.
정부 부채는 과도해 의회가 추가 부양책에 동의하긴 쉽지 않다.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이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 위기 상황에서 연준이 얼마나 더 대차대조표를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고는 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2007년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때 금리는 5%를 웃돌았다.
◇ 애런 클레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前 상원은행위 수석연구원
우리는 위기 이후 더 안전하고 탄력적인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법과 제도의 개선에도 모든 금융시스템은 위기에 취약하다. 역사적으로 네덜란드 튤립 사건에서부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금융위기는 각종 자산에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위기를 예방하는 것은 책임자들의 판단과 용기, 지혜에 달렸다. 이 때문에 단순히 규제 당국이 아니라 리더십과 제도, 이행에서의 변화가 또 다른 위기에서 가장 중요한 방어막이다.
◇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연구원
금융시스템은 10년 전보다 훨씬 더 건전해졌으며 적어도 같은 규모로 또 다른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훨씬 적어졌다.
도드-프랭크법으로 은행의 자본은 더 늘어나 대출 손실을 흡수할 완충력이 향상됐다. 대형 금융기관들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포함해 전보다 더 엄격한 유동성 관리와 위험 관리를 요구받고 있다. 위협에 직면한 부실 금융기관을 처리할 명확한 과정도 마련되었다.
그럼에도 금융시스템에 의한 실수는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 비금융기관들의 레버리지 대출에서 이미 문제가 태동하고 있다.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는 파산과 손실로 이어져 경기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들에 더 많은 자본을 요구하면서 위험 차익은 덜 규제된 '그림자 금융'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 금융위기는 이 부문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 리처드 실라, 뉴욕대 스턴경영대학 금융역사학자
2년 뒤면 우리는 프랑스의 미시시피 버블(1720년)과 영국의 남해 버블 사태(1720년)를 맞은 지 300주년을 맞는다. 이후 많은 위기가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모든 금융위기에 공통으로 나타났던 과도한 신용과 부채 창출을 막기 위해 많은 일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도드-프랭크 법도 이제는 약화하고 있다.
이는 금융역사의 또 다른 특징이다. 위기로 강력한 조처를 하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면 약화한다. 이번이 다른 점은 조치의 약화가 즉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다음 위기가 오는 데 반세기가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 캐스린 저지,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
10년간의 개혁에도 우리는 여전히 회복된 금융시스템을 보호할 방어막을 갖추고 있지 않다. 다음 위기는 반드시 지난번 것과는 다를 것이다.
가장 큰 과제는 규제가 과도하게 파편화돼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은행 감독기관은 여전히 3개다. 이들은 때때로 경쟁해야 해 정보 공유에 제한이 있다.
두 번째 과제는 복잡성이다. 금융기관과 금융 상품, 시장 구조 등은 복잡하고 서로 얽혀 있다.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상품이 매일 등장하고, 금융기관은 수백, 수천 개의 법인으로 쪼개져 있다.
우리는 유용한 금융혁신이 예상치 못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핀테크의 부상은 변화의 속도와 시장 붕괴의 가능성만을 강조한다.
복잡하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금융시스템이 파편화된 규제와 결합한 것이 지난 마지막 위기의 핵심이었다. 이러한 문제가 남아 있는 한 위기는 더 빨리 올 수 있다.
◇ 그렉 젤지니스, 미국 진보센터(CAP) 경제정책 연구원
금융위기 이후 개혁들로 금융시스템은 더 안정적인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또 다른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
대형은행들의 부채는 과도하고 자본은 너무 적다.
당국은 그림자 금융의 자금 원천인 단기자금 시장에서 의미 있는 개혁을 이뤄내지 못했다.
정책입안자들은 과도한 위험차익, 위법행위, 이해상충 등과 같은 여전히 월가에 만연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 디에고 줄루아가, 카토 연구소 연구원
금융위기의 원인 중 몇 가지는 해결되지 않았다.
미국 모기지 시장의 위기는 매력적인 조건으로 위험대출을 장려한 정부의 관행에 있다. 이러한 대출을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보증하면서 은행들은 과도한 위험을 감수했다.
10년이 지났지만, 이들은 미 모기지 부채의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모기지 증권상품의 97%를 담당하고 있다.
은행들의 건전성은 개선됐으나, 연준은 24개의 자본 평가 방법을 갖고 있음에도 은행 건전성을 평가하는 데 14개의 자료만 사용한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관리·감독이 전혀 투명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더 중요한 것은 납세자들이 예금보험, 담보대출, 학자금대출 등으로 실패한 기관을 책임지려는 정부에 계속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암묵적으로 민간의 위험을 떠안는 것은 과거처럼 무책임한 행동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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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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