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유로화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기자회견 후 거의 2년 만에 최고로 올랐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20일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1.91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1.81엔보다 0.10엔(0.08%) 높아졌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627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517달러보다 0.0011달러(0.94%) 올랐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30.12엔에 거래돼 전장 가격인 128.77엔보다 1.35엔(1.03%) 상승했다.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1.29735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30202달러보다 0.00467(0.35%) 밀렸다.

유로화는 ECB가 통화정책 성명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경기 여건 악화 시 자산매입을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는 기존 선제안내를 되풀이한 영향으로 1.14782달러로 내렸다가 40여 분 뒤 ECB 기자회견이 열리자 한때 1.165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수치는 2015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올해 가을에 논의가 있을 것이다"며 통화완화 축소에 관한 신호를 남기면서도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억눌려있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또 "우리는 (물가) 목표를 바꾸는 것보다 참을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우리가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원하지 않는 금융 긴축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CB의 다음 통화정책 회의는 9월 초와 10월 말에 예정돼 있다.

다만 유럽 국채 금리는 지난 6월말과 달리 유로화와 같이 급등하지 않았다.

외환 전략가들은 드라기 총재가 새로운 내용을 많이 내놓지 않았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기에 대해 팔팔하다(robust)고 강조했다며 또 가을에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가 논의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루크 수석 시장 전략가는 "드라기의 발언은 전체적으로 비둘기 적이었지만 오늘 유로화 강세는 놀랍지 않다"며 "드라기는 가을로 모든 결정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오루크 전략가는 "최근 달러의 약세는 주목할만한 것이다"며 "우리는 ECB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부터 최근 다른 신호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오안다의 크레이그 얼람 시장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이미 ECB가 채권매입을 점진적으로 중단할 것이라는 가정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채권매입은 내년 말에 끝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3분기에도 가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얼람은 "이는 테이퍼링이 논의되지 않은 데다 경기 분석이 가을에 진행될 것이라는 드라기 총재의 반복되는 주장에도 유로화를 강세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BK 어셋 매니지먼트의 케이시 리엔 디렉터는 "드라기 총재는 8월(잭슨홀 콘퍼런스)에 테이퍼링을 언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마켓츠의 티모시 그라프 헤드는 목표보다 낮은 물가는 긴축 정책이 요원하다는 의미이지만 경기 회복 덕분에 극단적인 완화 정책이 끝에 다다랐다는 것은 합리적인 예상이라고 풀이했다.

유로화는 파운드화에 대해서도 8개월래 최고치인 0.8979파운드로 올랐다.

CIBC는 유로화를 매수하는데 변명할 필요가 없다며 해외 투자자들은 브렉시트(영국 유럽연합 탈퇴) 협상이 시작됐지만, 진전이 없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회사는 유로화가 0.90파운드로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달러화는 지표 호조에도 유로화 강세 여파와 워싱턴발 정치 불확실성에 엔화에 내렸다.

전일 달러화는 일본에 이어 유럽 중앙은행이 연달아 통화정책 결정에 나서는 것을 앞두고 혼조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과 러시아 간 관계에 대한 수사가 트럼프 그룹으로까지 확대됐다는 보도가 한 경제 통신을 통해 나온 것이 달러를 압박했다.

이 여파로 ICE 달러지수는 이날 0.7% 하락해, 보도가 나오기 전 낙폭인 0.2%에서 더 크게 벌어졌다.

제프리스의 브래드 베첼은 이 보도는 "트럼프 행정부와 정책 과제의 불투명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는 낙관적이었다.

지난 7월15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청구자수가 5개월래 최저치로 하락해 고용시장 호조가 지속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1만5천명 감소한 23만3천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WSJ 조사치는 24만3천명이었다.

지난 6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0.6% 상승했다고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했다.

선행지수는 지난 4월과 5월에도 0.2% 상승했다. 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0.4% 상승이었다. 6월 동행지수는 0.2%, 후행지수도 0.2% 올랐다.

콘퍼런스보드의 아타만 오질디림 디렉터는 "선행지수의 상승은 하반기 성장률에서 보통보다 약간 높은 개선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며 "이달에는 지난 몇 달간 약세에서 반등한 주택 착공 허가 건수의 기여도가 컸다"고 설명했다.

파운드화는 영국의 소매판매 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였음에도 유럽연합(EU) 탈퇴 협상과 관련한 우려로 달러화에 내렸다.

영국의 지난 6월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0.6% 증가했다고 영국 통계청(ONS)이 발표했다. 이는 0.5% 늘었을 것이란 시장 예상을 웃돈 결과다.

리엄 폭스 영국 통상장관은 이날 BBC 라디오 4의 프로그램에 출연, "영국은 EU 탈퇴 후에도 EU와 무역 협상 없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FX날리지의 오드리 차일드프리먼 수석 전략가는 시장은 이 발언을 '그가 영국을 위해 아무런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었다며 "당분간은 가능한 한 파운드화에 거의 위험 노출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권고했다.

브렉시트 문제를 다루는 범국가 차원 싱크탱크('The UK in a Changing Europe'의 아난드 메넌 교수는 "협상 없는 영국의 EU 탈퇴는 영국 정부가 피해야만 하는 결과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싱크탱크가 펴낸 보고서는 하드 브렉시트가 정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영국을) 법적 늪에도 빠뜨릴 것이며 핵발전소 운영이 불가능할지 모르고, 민항기 운항도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또 영국이 승인하는 약과 치료법을 EU가 인정하지 않아, 의료 보건 부문에서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며 이어 국경통제 혼란과 파운드 가치 하락, 인플레 가중과 함께 임금과 투자 문제도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달러화는 오후 들어 엔화에 낙폭을 줄였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오름폭을 유지했ㄷ.

전략가들은 향후 드라기 총재가 경기 회복을 이유로 테이퍼링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기대가 강하지만 관건은 물가일 것이라며 이날 일본은행은 '2018년 무렵'으로 설정한 2% 물가 목표 달성 시점을 '2019년 무렵'으로 미뤘다고 지적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우리의 임무는 성장이나 실업률이 아니라 가격 안정성"이라고 강조했다. 또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고 인정하면서도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억눌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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