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첫 정상회담 당시 하늘색 도보다리 위에서 독대하던 장면은 양 정상이 신뢰를 쌓기 시작한 상징으로 꼽힌다.

다섯 달 만에 세 번이나 만나면서 쌓아 올린 신뢰가 이번에는 백두산 방문이라는 깜짝 이벤트로 연결돼 놀라움을 주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평양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내일 백두산 방문을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평양 방문에서 과연 어떤 깜짝 이벤트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돼 왔는데, 결국 그동안 문 대통령이 여러번 언급했던 백두산으로 귀결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김 위원장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내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백두산 방문은 김 위원장이 제안한 것으로, 당시 문 대통령의 발언을 기억했다가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방문은 도보다리 독대 장면에 이어 남북 정상의 신뢰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가롭게 지저귀는 새 소리만을 배경으로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웃는 표정으로 이뤄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도보다리 대화는 한 편의 '무성영화'라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였다.

양 정상이 배석자 없이 두 사람만 만나 남북 정상 간 오갈 수 있는 가장 내밀한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라는 해석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 4월과 5월에 이어 이번까지 5개월 만에 세 차례나 만나며 신뢰를 다진 두 정상은 한층 가까워지고 서로를 더욱 챙기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서로에 대해 언급할 때도 '우정'이나 '신뢰', '사의', '경의'와 같은 표현을 자주 썼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날 백화원 영빈관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한 후 "판문점에서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진정어린 노력을 기울여온 문 대통령과 남측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되는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같은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의 길을 명확히 보여주었고 핵무기도, 핵 위협도, 전쟁도 없는 한반도의 뜻을 같이했다. 온 겨레와 세계의 여망에 부응했다"며 "김 위원장의 결단과 실행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화답했다.

전일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은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평양 시내를 오다 보니 평양이 놀랍게 발전돼 있어 놀랐다. 산에도 나무가 많았다"면서 "어려운 조건에서 인민의 삶을 향상시킨 김 위원장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하며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북미 양국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데 대한 공을 문 대통령에게 돌리며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노력 때문으로 북남 관계와 조미 관계가 좋아졌다"며 "조미 상봉의 역사적 만남은 문 대통령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세 차례 만났는데 제 감정을 말씀드리면 '우리가 정말 가까워졌구나' 하는 것"이라며 친밀감을 표현했다.

문 대통령이 전일 오전 김정숙 여사와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해 김 위원장 부부와 환담하는 과정에서도 김 위원장의 문 대통령에 대한 배려는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5월에 문 대통령이 판문점 우리 지역에 오셨는데 장소와 환경이 그래서 제대로 된 영접을 해드리지 못하고, 식사 한 끼도 대접 못 한 게 늘 가슴에 걸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기다리고 기다려 우리가 비록 수준은 좀 낮을 수 있어도 최대한 성의를 다해서 성의를 보인 숙소고 일정이니, 우리 마음으로 받아달라"고 몸을 낮췄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 사이에 신뢰와 우정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고 말하며 친근감을 나타내려는 듯 김 위원장의 왼쪽 소매를 가볍게 만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 여사와 평양 순안공항(평앙국제비행장)에 직접 마중을 나간 것은 물론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의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하던 중 문 대통령과 무개차에 등승해 상석을 내주며 퍼레이드를 하는 등 최고 수준의 의전을 제공했다.

양 정상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에도 평양 옥류관 오찬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이 공항 환영행사를 마치고 숙소에서 남측 수행원들과 별도로 오찬을 한 것 이외에는 전일 환영식에서부터 평양 시내 카퍼레이드, 오후 첫 정상회담, 환영공연, 만찬과 이날 두 번째 정상회담, 서명식, 공동 기자회견, 오찬까지 모든 일정을 같이 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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