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울=연합인포맥스) 공동취재단 이미란 김예원 기자 =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 최초로 대규모 북한 주민 앞에서 연설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대집단체조를 관람한 후 15만여 명의 북한 관중들 앞에서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나는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나 뜨겁게 포옹했다"며 "우리 두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는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했다"며 "남북관계를 전면적이고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끊어진 민족의 혈맹을 잇고 공동 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기자고 굳게 약속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 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동포 여러분,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와 무력 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 하기 위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이산가족의 고통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치들을 신속히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곁에 선 김 위원장에 대해서도 "나와 함께 이 여정 결단하고 민족의 새로운 미래 위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 여러분의 지도자"라고 칭하며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연설 중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평양 주민들을 "평양 시민 여러분", "북녘 동포 형제 여러분"이라고 칭하며 감격을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남쪽 대통령으로서 김 위원장 소개로 여러분에게 인사말을 하게 되니 그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에 놀라운 발전상을 보았다. 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다"고 말했다.

또 "얼마나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갈망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확인했다.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다"며 찬사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민족은 우수하다. 우리 민족은 강인하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한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5천 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천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예정된 1~2분의 연설보다 긴 7분여의 연설을 마쳤다.

김 위원장도 평양 주민들 앞에 문 대통령을 소개하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오늘 이렇게 뜻깊은 자리에 모여 모두가 하나와 같은 모습, 하나와 같은 마음으로 문 대통령과 남측 대표단을 따뜻하고 열렬하게 환영해 맞이해주는 모습을 보니 감격스러운, 넘쳐나는 기쁨을 다 표현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나와 문 대통령은 북남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결실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또 "오늘의 이 귀중한 또 한걸음 진전을 위한 문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에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평양 주민들에게 박수를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의 이 순간 역시 역사는 훌륭한 화폭으로 길이 전할 것"이라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경기장에 운집한 평양 주민들은 양 정상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냈고 양 정상은 함께 손을 맞잡고 인사한 후 퇴장했다.

남측 대통령이 북한 대중을 상대로 공개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제공한 최고 수준 영접의 하나라는 평가가 나온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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