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구청의 금고지기를 결정하는 입찰경쟁이 과열되면서 이를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마포구와 인천 서구가 대표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마감된 마포구 금고 입찰은 유찰됐다. 기존 금고 은행인 우리은행만 입찰에 참여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서다.

마포구는 내달 초 두 번째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만약 해당 입찰에서도 유효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면 마포구는 입찰에 단독 참여한 곳과 수의계약을 맺게 된다.

마포구 금고 입찰이 유찰되자 은행권과 구청들 사이에선 많은 말이 오갔다.

관심은 신한은행에 쏠렸다.

서울시금고 타이틀을 가져간 신한은행이 구금고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구청들 사이에선 신한은행이 구금고 시장을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됐다.

9곳의 구금고 입찰 결과가 발표된 현재 강동ㆍ구로ㆍ도봉ㆍ동작ㆍ서대문ㆍ성북ㆍ영등포ㆍ중구는 우리은행이 수성했지만, 신한은행은 성동구를 유치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금고 시장에서 공격적인 베팅을 하며 적극적인 영업에 나섰던 국민은행까지 마포구 입찰을 포기하자 입찰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졌다.

인천 서구도 비슷한 논란으로 해프닝을 겪었다.

지난 12일 인천 서구는 금고 은행 내정 의혹에 대한 해명 자료를 냈다.

발단은 인천 서구 관계자들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특정 은행을 언급한 것이 금융권에 확산하며 문제가 됐다.

인천 서구의 핵심 지역인 청라국제도시에 하나금융타운이 조성되는 만큼 KEB하나은행이 구금고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해 인천 서구는 구금고 심의 평가는 민간위원 과반수가 참여하는 구금고 지정 심의 위원회에서 공정하게 진행한다며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지난 14일 마감된 인천 서구금고 입찰에는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국민은행이 지원했다. 서구는 내달 중순께 최종 금고지기를 확정할 예정이다.

구청과 은행들은 논란에도 서울 마포구가 우리은행을, 인천 서구가 KEB하나은행을 금고지기로 결정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시 한 구청 관계자는 "최근 입찰이 유찰된 사례도 있고 해서 절차와 시장 분위기를 신경 써 살피고 있다"며 "구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은행을 선정하고자 공개 입찰을 하는 것인데 유찰된다면 해당 구청은 물론 입찰을 앞둔 곳들에도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공정성 논란을 두고 은행들 사이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기금이나 도ㆍ시 단위 지방자치단체보다 예산과 조직 규모가 작은 구청은 구청장 등 개인의 목소리가 반영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서른 곳 넘는 구청 입찰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은행과 구청 간 경쟁이 더 치열해져 잡음도 커지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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