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윤구 기자 =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험사들이 매도가능증권의 재분류를 고민하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MG손해보험 등은 2016년에 만기보유증권을 모두 매도가능증권으로 옮겼다.

현대해상이 4조8천297억 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으며 DB손보 2조854억 원, 메리츠화재 1조4천968억 원, MG손보 4천988억 원 수준이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금융자산 계정 재분류를 바꾸면 3년간 변경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들 보험사는 내년 초부터 재분류를 할 수 있는 만큼 금리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보험사들은 저금리 고착화 속에서 채권평가이익을 거두기 위해 매도가능증권 규모를 늘렸다.

재무제표상 증권을 만기보유증권 계정으로 분류하면 장부가격과 이자만 반영되지만, 매도가능증권 계정에 쌓으면 금리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이 반영된다.

이에 저금리 상황에서 매도가능증권 계정에 담으면 채권평가이익 발생으로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대로 금리가 오를 때는 채권을 시가로 평가하는 만큼 손실이 불가피하다.

올해 초 ING생명과 한화손보가 10조 원과 2조2천억 원 규모의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한 것도 이러한 영향이 크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정반대의 전략을 취했다. 작년 말 만기보유증권 29조7천억 원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한 것이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갭 축소에 주목했다.

2021년 IFRS17 도입으로 자산과 부채 간 만기의 불일치가 커지면 지급불능 위험도 커져 RBC비율이 급락할 수 있다. 이에 교보생명은 기존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면서 만기가 긴 채권으로 재매입해 자산의 듀레이션을 확대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매도가능증권이 채권운용의 유연성이 높아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가계 부채 문제 등으로 국내 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 만큼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yg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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