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심중 알기는 더 어려워져



(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통화정책과 거시경제에 대한 소신을 예전보다 활발하게 드러내고 있다.

단어 하나까지 신경 쓰며 의사록에서 본인의 색깔을 숨기려고 노력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금통위원들이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금융시장 변동성 축소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20일 과거 원론적 수준의 언급에 그쳤던 금통위원 기자간담회가 서서히 제 기능을 하는 것 같다며 금통위원들이 고민을 공유할수록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한 금통위원들이 활발히 의견을 드러낼수록 금통위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당국 등 외부인사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1월부터 커뮤니케이션 강화의 하나로 통화정책 방향문의 경제전망을 구체화하고 비정기적이던 금통위원 강연과 오찬간담회를 정기화했다.

금통위를 연 8회로 축소한 데 따른 보완책이었다.

특히 금통위원 간담회는 기존에 위원 중 한 명이 모두발언을 하고 식사를 진행하던 방식에서, 한 위원씩 돌아가며 강연을 하고 식사를 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금통위원 의견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금통위 의사록이 시장에 영향을 예전만큼 주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며 "일부 위원에 한정된 것인지, 내부에서도 변화의 분위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시장 입장에서는 예상하고 대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의 채권 운용역은 "금통위원들도 미국 연방준비제도 위원들 발언처럼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발언하는 게 좋다고 본다"며 "이전에는 발언의 기회가 없어 들을 수 없었던 점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간담회 내용은 다소 학술적이고 원론적인 내용에 치우쳤는데, 최근 고승범 위원과 신인석 위원 강연에선 참고할만한 내용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주열 총재의 심중은 더 알기 어려워졌다.

연내 금리 인상 여부에 민감한 금융시장이 이 총재의 말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발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의 채권 운용역은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보다 이 총재 발언은 매우 중립적이다"며 "최근 경제 상황이나 정부 인사 발언 등은 총재가 더 말조심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안팎으로 난감할 상황일 것이란 이해는 가지만, 여전히 답답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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