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올해 금융투자업계를 관통하는 코드는 IT 투자다. 잇따른 전산 사고에 IT 인력을 보강하고 있고,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며 관련 예산도 증가했다. 하지만, 금투업계 전반의 상황을 보면 아직 미진한 면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증권사에 제기된 전산 장애 관련 민원건수가 급증했다. 지난 상반기 미래에셋대우에만 108건의 전산사고 민원이 제기돼 주요 증권사 중 단연 많았다. KTB투자증권에 제기된 전산 장애 관련 민원건수는 50건이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전산통합 후 HTS와 MTS 오류가 발생하며 홍역을 앓았다. 최근에는 이에 대한 문책 차원에서 기존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가 경질되고 새로 선임되기도 했다.

MTS 등의 사용이 확대되며 시스템 관리 등 IT 업무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사고를 막고, 새로운 플랫폼 등을 도입하기 위한 투자도 다각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에 종사하는 총직원 수가 감소하는 사이 IT 인력은 전년 대비 5% 이상 늘었다. 은행, 보험 등 타 금융권보다 훨씬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아웃소싱 인력까지 포함하면 IT 인력은 더 늘어난다.

인력과 함께 IT 관련 예산도 늘어났다.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IT 예산은 9천500억원 수준으로 전체의 12%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감독규정에서 IT 예산 비중을 7% 이상으로 규정하는데 이보다 큰 비중을 보였다.

주요 증권사의 IT 투자 행보도 뚜렷하다.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와 5천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스와프하며 공조를 예고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빅데이터팀을 신설했고, 금융지주 차원에서 IBM의 인공지능 왓슨 플랫폼을 도입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도 꾸려졌다.

그런데도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2년 전 'IT회사'로 변모하겠다고 밝힌 후 전체 인력의 30% 정도를 IT 전문가로 꾸렸다. 국내 증권사의 IT 인력 비중은 전체의 5% 수준에 불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주요 금융권 중에서 증권사는 CISO 지정 비중이 가장 낮다"며 "비율로 보면 10개사 중 7개사 만이 CISO를 선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스템 개발 인력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며 편중된 모습을 보였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 전체 IT 인력 중 50% 이상이 시스템 개발에 편중됐고, 최근에 문제가 된 정보보호나 시스템 운영 인력의 비중은 이보다 현저하게 낮다"고 지적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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