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채권시장에는 여전히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신용 이벤트가 드문 편이다. 그러나 이는 되레 위험 신호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지적했다.정부의 구제금융에 기댄 면도 있어 채권 가격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보제공업체 윈드 인포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회사채 디폴트 건수는 23건으로 작년 상반기의 38건에서 줄어들었다. 금액도 187억 위안(약 3조1천억 원)으로 237억 위안(약 3조9천억 원)에서 감소했다.

중국 채권시장의 디폴트 규모는 중국 채권시장 전체 규모가 4조9천억 달러(약 5천492조 원)라는 점에서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디폴트 건수가 줄어든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그동안 과도한 부채로 고전하던 철강 및 석탄 회사들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피치의 장 쑨청 애널리스트는 "디폴트 추세가 개선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중국 정부가 공급과잉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철강과 석탄 가격이 크게 반등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디폴트의 감소는 채권퉁 개통으로 외국인들의 중국 채권시장 투자가 용이해진 가운데 외국인들의 시장 진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에 디폴트 건수가 줄어든 것을 오히려 경고 신호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그동안 국유기업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빠지면 이를 구제하는 것을 당연시해왔기 때문이다.

채권투자자에게 구제금융은 단기적으로 좋은 일이지만, 신용 위험이 해당 채권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중국 회사채 규모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50%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의 차입비용도 오름세를 보여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4조4천100억 위안으로 만약 기업들이 해당 채권을 갚기 위해 재차입에 나설 경우 금리 상승으로 기업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피치의 장 애널리스트는 "중국 회사채 시장의 펀더멘털은 실제는 크게 악화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디폴트가 나타날 위험이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채권발행 규모가 디폴트보다 중국 채권시장의 펀더멘털을 보여주는 더 나은 지표라고 조언한다.

올해 상반기 중국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액은 2조 위안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4조2천억 위안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를 고려하면 상반기 순채권차입액은 마이너스 2천513억 위안으로 처음으로 만기도래한 채권이 순발행액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기업들이 채권 발행을 연기하거나 포기한 경우도 418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해 채권시장 분위기는 오히려 악화했다.

홍신증권의 우 민홍 애널리스트는 "올해 디폴트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디폴트가 난 기업 대부분이 민간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위험은 실제로는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국유기업이라면 정부가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점에서 덜 걱정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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