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유가를 내리라고 압박한 영향으로 하락 마감했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32달러(0.5%) 하락한 70.8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가 인하 경고와 이번 주말 열리는 산유국 회담 등을 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OPEC은 당장 유가를 낮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은 중동을 보호하고 있으며 우리 없이 오랫동안 안전하지 못할 것이지만, 그들은 지속해서 유가를 높게 밀어 올리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 부근, WTI가 배럴 당 70달러를 넘어서는 등 크게 오를 때 이와 같은 위협을 내놓았던 바 있다.

WTI는 전일 배럴당 71달러 선을 넘어서는 등 최근 크게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도 편안해 한다는 보도 등이 유가를 밀어 올렸다.

미국의 이란 원유 재제가 임박한 가운데, 사우디가 적극적인 증산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확산한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트위터는 또 오는 23일 알제리에서 열리는 사우디와 러시아 등 OPEC 및 비OPEC 산유국들의 회담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시장의 긴장감을 키웠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이번 회의가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전에 마지막으로 열리는 회의라고 설명했다.

산유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미국 제재에 따른 이란 원유 수출 감소를 어떻게 상쇄할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산유량과 관련한 공식적인 합의 등의 예정된 논의 사안이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산유국들이 유가 급등 방어 수단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브렌트유가 주요 저항선인 배럴당 80달러 선 부근까지 오른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나오면서 차익실현 심리가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BNP파리바의 해리 티칠링구리안 원유 전략가는 "브렌트유 배럴당 80달러는 심리적인 저항선이고 시장 참가자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지는 것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유가 인하 압박이 중간선거 때까지는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타이케 캐피탈 어더바이저리의 타리크 자히르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들이 중간선거를 위한 투표장에 갈 때 휘발유 가격이 고점을 기록하는 것을 싫어할 것"이라면서 "유가가 현 수준에 갇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 제재 등으로 유가가 결국 저항선을 뚫고 오를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티칠링구리안 전략가는 "이란 원유 수출이 가파르게 줄어들 것이란 증거가 더 모이면 유가가 저항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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