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생명보험업계에서 지난 1년 새 1만 명에 육박하는 인력이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500개가 넘는 영업점과 대리점도 없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자본규제 강화로 수익성 크게 악화하면서 감원 등 인적 구조조정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25개 생보사 소속 임직원은 6월 말 기준 2만5천483명으로 전년 동기 보다 510명 감소했다. 2015년 말 2만7천309명, 2016년 2만6천890명 등 매년 500명가량씩 줄어들고 있다.

전속설계사 수도 급감하고 있다.

같은 기간 생보사 전속설계자는 10만2천726명으로 1년 전 11만1천393명에서 8천667명 감소했다. 설계사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7년 말 29만4천만 명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20년 간 생보사 설계자는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회사별로 보면 현대라이프는 1년 전만 해도 전속설계사가 2천244명에 달했으나 실적 부진의 돌파구로 구조조정을 택하며 1년 만에 1천500명의 설계사가 쫓겨나 현재 700여 명만이 남아있다.

지난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KDB생명 3천414명에서 2천178명으로 약 1천300명이 회사를 떠났다. 한화생명과 미래에셋, 신한생명도 약 1천 명씩 설계사 수가 감소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속설계사는 보험영업의 꽃이라 불리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보험회사의 소속감을 느끼고 고객을 모집하는 일등공신이었지만 업계 불황과 함께 인센티브를 더 받을 수 있는 보험대리점(GA)으로 이직하는 설계사가 많아졌고, 기존 설계사의 고령화와 함께 젊은 설계사가 줄어들면서 설계사 중심의 영업모델이 축소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서면서 비용 절감이 불가피한 보험사들이 희망퇴직 등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임직원뿐 아니라 설계사 수도 감축에 나설 결과로 풀이된다.

설계사가 줄어들면서 생보사 영업점과 대리점도 축소되고 있다.

올 상반기 생보사 점포 수는 총 3천375개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2개(9.2%) 줄었다. 대리점 수도 총 6천339개로 전년 상반기보다 230개(3.6%) 감소했다. 작년엔 전년 대비 450개가 늘었지만 올해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내년부터 정부가 특수형태근로 종사자(특수고용직)인 보험설계사도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이 같은 인력 구조조정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이 의무화될 경우 보험사들은 경영상에 부담을 느껴 설계사 조직을 축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자영업자인 설계사를 노동자로 전환할 경우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2조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보험사 임원은 "자본규제 강화로 충당금은 더 쌓아야 하고, 즉시연금과 암 보험금 지급 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경영이 날로 악화하는 상황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며 "중소형사는 물론 대형 보험사도 고용 불안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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