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이 9월 마지막 주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목표 범위가 2.00~2.25%로 상향 조정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내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경기 부진을 이유로 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우리나라와 금리 차, 즉 한미 간 금리 차가 100bp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50%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고 명확하다. 미 연준은 경기가 좋아서 긴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용도 크게 개선됐고, 임금도 가파르게 오른 것을 고려하면 지금이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일 적당한 시기라고 보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매우 좋다"고 말했다. 자기 나라의 경제가 '매우 좋다'고 말하는 한 나라의 경제 관료나 중앙은행 사람들을 들어 본 적이 있던가. 연준 의장이 이 정도 화법을 구사할 정도면 미국의 경제가 꽤 괜찮은 것만은 분명한가 보다.

아울러 미·중 무역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그들의 자신감이 부럽기까지 하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조선과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의 장기 침체, 이어지는 고용 쇼크와 자영업의 위기 등으로 글로벌 긴축 움직임에 동조는 커녕 기준금리 인상 한번 하는 것 역시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이 저금리 때문이니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생뚱맞은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가격이야 잠시 주춤할 수 있겠으나, 결국 금리 인상은 자본가에게 득(得)을 가져주고, 서민에게는 빚의 고통만 가중하는 결과를 낳을 게 뻔하다.

그래서 저소득층이나 서민·중산층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경기가 좋을 때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미국처럼 말이다.

여하튼 한국은행은 오는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한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한은이 두 차례 열리는 금통위에서 최소 한 차례 정도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이냐 11월이냐의 차이 정도로만 보고 있다.

한은이 금리를 올린다면 미 연준처럼 경기가 좋아서 금리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한미 간 금리 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을 우려해서 금리 인상을 결정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금융 불균형'을 차단하기 위해 한은은 연내 금리 인상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제 또다시 고용 쇼크가 확인되고 경기 침체 징후가 나오더라도 한은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미국이 한 번 더 금리를 올린다면 자본유출 등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타깝다. 우리도 언젠가는 고용도 안정되고 경기가 너무 좋아서 금리를 올리는 날이 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정책금융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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