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월가 은행들의 채권 트레이딩 부문이 지난 3분기에 죽을 쒔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은행들의 주식 트레이딩 부문을 먹여 살렸던 시장 변동성이 역으로 채권·외환·상품(FICC) 부문에는 독으로 작용하면서 해당 부문의 실적이 실망스러웠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WSJ은 월가 은행 중 트레이딩 부문이 가장 큰 JP모건체이스와 씨티그룹이 3분기 저조한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 여름 JP모건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익이 일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고 씨티그룹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무역전쟁과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시를 출렁이게 하면서 주식과 그에 연동된 파생상품을 다루는 트레이더들은 수익을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 변동성으로 해외 투자나 채권 발행 같은 기업 활동이 다소 위축되면서 FICC 트레이딩 부문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 기업 활동은 채권이나 외환, 금리 트레이딩에 주요 동력"이라고 WSJ은 전했다.

월가 분석가들은 FICC 트레이딩 부문의 실적 부진이 주식 트레이딩 부문의 호황을 잠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수잔 로스 카츠케 연구원은 "3분기 은행들의 주식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이 최대 5%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채권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0%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월가 대형 은행들의 FICC 부문은 여전히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십여 개의 월가 은행들은 전 세계적으로 FICC 트레이딩 부문에서 1천억달러의 수익을 올렸지만, 지난해에는 700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에도 부진한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 은행들의 FICC 트레이딩 부문 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12% 감소했다. 금리와 외환이 은행의 트레이딩 수익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은행들의 주식 트레이딩 부문 수익은 올해 전반적으로 작년 동기보다 21% 급등하며 10년래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다만 월가 은행들은 FICC 트레이딩 부문의 부진이 장기화하지는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한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장기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채권 트레이딩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준의 자산매입 규모가 줄어들고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량이 늘면서 은행 고객들이 국채와 관련 파생상품의 매입량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카츠제 연구원은 "은행들은 트레이딩 사업에 헌신할 수밖에 없다"며 "그들의 고객들이 거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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