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러시아 월드컵 전후로 러시아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최근 한 달 사이만 하더라도 국내 대기업이 러시아를 해외사업의 주요거점 중 하나로 삼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는 뉴스나 국내 상장기업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여러 시야 국부펀드 등과 함께 러시아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뉴스 등이 보도됐다.

러시아가 매력적인 투자 대상국가로 부상하고 있지만, 국내 많은 기업에는 아직 생소한 사업환경일 뿐만 아니라, 미국 등의 대러시아 제재로 인하여 투자에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국가이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고민은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진출을 함에 있어 어떠한 나라에 진출하더라도 갖게 되는 고민일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기업 인수합병을 통하여 '해외 진출(Outbound M&A)'을 꾀하는 국내 기업이 참고할 만한 사항을 몇 가지 정리해보았다.

해외진출 M&A의 경우 인수합병 대상이 외국에 설립된 법인이라는 측면에서 기업형태 및 지배구조가 낯설거나 불투명한(또는 적어도 국내기업으로서는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한편, 이에 대하여 현지법률 자문사 등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파악하더라도, 기업의 직접적인 주주를 넘어 종국적인 소유주가 누구인지, 이러한 소유주와 관련해 유의해야 할 추가적인 리스크가 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 해외진출 M&A를 고려하고 있는 국내기업은 인수합병 대상 및 관련자들에 대하여 평판 조회(Reputation check)를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평판 조회는 통상적인 법률 실사 또는 회계·재무·세무 실사 등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고, 예컨대 대상법인의 최종 소유주가 누구인지, 대상법인 및 그 주주와 관련된 자들로 알려진 인물에 누가 있는지, 이들의 사회적 평판 및 정치계와의 관련성은 어떠한지, 형사처분전력 또는 범죄조직과의 관련성 및 기타 블랙리스트 대상인지 등에 대한 정보도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평판 조회 서비스는 회계법인 등에서 일부 제공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위한 전문적인 업체도 존재한다.

한편, 평판 조회 외에 일반적인 국내 인수합병과 마찬가지로 대상법인에 대한 실사(Due diligence)를 진행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대상법인은 외국 법인이기 때문에, 국내 자문사들이 독자적으로 실사를 하기는 어렵고(물론,국내 법률 자문사가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는 경우 실사가 가능한 경우도 있음), 통상적으로 외국 자문사와 협업하여 실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법률 실사의 경우 국내기업은 다른 국가에서도 함께 협업한 적이 있는, 유명 글로벌 로펌(Law firm)과 협업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다수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유의할 사항이 있다.

글로벌 로펌이더라도 현지 사무소는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도 많아, 다수의 인원과 많은 시간을 투입할 시점에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해 유명 글로벌 로펌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규모와 실적을 보유한, 신뢰할 만한 현지로펌과 협업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국내 대형로펌들은 각 나라의 여러 법률 자문사와의 협업경험이 있으므로 이들로부터 해당 거래에 적절한 현지 로펌을 추천받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 나라마다 평판 조회 및 실사와 관련하여 추가로 고려해야 할 특수한 사정도 있을 것이다. 다시 러시아의 예로 돌아가면, 러시아는 현재 미국 등의 제재(Sanction)를 받고 있어 국내기업이 인수합병을 거쳐 러시아에서 사업을 영위하려면 대러시아 제재의 내용을 파악하고 이러한 제재가 현지 사업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는 주로 미국 재무부 외국자산규제국(US Department of the Treasury's 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에서 관장하는데, 일반적으로 미국인('US Person';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설립된 법인 및 미국 내에 거주하고 있거나 영업하고 있는 자를 포함함)에 대하여 적용되나, 미국인이 아닌 자도 일정한 금지된 활동(Prohibited activities)에 종사하고 이러한 활동이 미국과 일정한 관련성(Nexus)이 있는 경우 제재 위반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나아가 지난해 8월 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여 입법된 Countering America's Adversaries Through Sanctions Act에 의하면, 미국인이 아니고 미국과 관련성이 없다 하더라도 러시아 법인과 특정한 거래를 하는 경우(예컨대, 러시아 에너지 수출용 파이프와 관련하여 일정 규모 이상 투자한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의 제재 등도 받고 있으므로 관련 내용 파악이 필요하다.

투자 대상 국가의 특수한 위험요소를 확인했다면 기업 인수합병을 하면서 이에 대비해 어떠한 조처를 할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투자 대상 국가와 법인 및 투자방식 등에 따라 다양할 텐데, 자문사와 협의하여 적절한 조치를 선택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투자 대상 국가가 러시아와 같이 제재대상 국가이고, 투자방식은 외국기업 지분 과반수를 취득하는 인수거래이며, 따라서 기존 주주와 주주 간 계약 내지 합작계약을 체결한다고 가정하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합작상대방으로부터 합작상대방 및 합작회사는 제재대상이 아니라는 진술 및 보장을 받는 방안, 둘째, 합작상대방으로 하여금 합작상대방 및 합작회사가 제재의 대상이 되지 않고 제재대상자에 의해 지배받지 않도록 한다는 확약을 받는 방안, 셋째, 합작상대방이 선임한 합작회사의 이사 등이 제재대상자가 되면 지체 없이 퇴임하도록 하거나 합작상대방이 제재대상자가 되거나 제재대상자에 의해 지배받게 되는 경우 합작상대방에 대하여 합작회사 지분 풋옵션(Put option) 등을 규정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구체적인 조치는 경우마다 달라질 것이다.

한편, 해외진출 M&A의 경우 현지법률 및 당사자 간의 계약 내용만 신경 쓰면 안 되고,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M&A 와 관련되는 국내 법 규정도 확인하고 준수해야 함은 당연하다. 예컨대, 국내 법인이 외국기업의 인수합병을 함에 있어 현지뿐만 아니라 국내 또는 다른 나라에서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하는지, 기업 인수합병과 관련된 거래계약에서 국내에서 외국환거래신고가 필요한 내용이 있는지 등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현지법률을 확인하고 상대방과 협상을 하는 중 자칫하면 국내법 이슈를 놓칠 수가 있으므로, 해외진출 M&A을 함에 있어 항상 이를 유의해야 하고, 이러한 면에서 M&A에서도 국내 법률 자문사를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 인수합병 후 PMI(Post-merger integration) 절차에도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국내기업이 외국에 투자하는 경우 당해 외국에서의 정치적 또는 국민적 반감이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해 미리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에는 기존 경영진 유임, 해당 국가의 저명인사 이사 선임, 점진적인 지분 취득, 노동이슈에 대한 사전검토 및 인력 채용 또는 구조조정의 신중한 진행, 사전 대외 홍보 활동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국내기업들이 러시아 등 새로이 주목받기 시작한 투자 대상 국가에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고,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지속할 뿐 아니라 보다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국내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하면서 이에 필요한 절차를 충분히 이해하고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법률 자문사의 역할일 것이다. (법무법인 태평양 유종권 변호사)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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