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에서 때아닌 마리화나(대마초) 투자 열풍이 불면서 일찌감치 마리화나 산업에 발을 들였던 캐나다계 투자은행(IB)들이 '대박'을 쳤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미국에선 '그린러시'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밀레니얼 세대의 젊은 투자자들이 마리화나와 관련된 기업으로 몰려들고 있다. 미국 모바일 증권거래 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의 집계에 따르면 9월 말까지 6주간 밀레니얼 세대 투자자는 아마존, 넷플릭스 등 정보기술 기업보다 마리화나 관련 기업의 주식을 훨씬 많이 매수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캐노피 그로스와 틸레이, 크로노스그룹 등 캐나다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다. 미국에선 기호용 마리화나가 9개 주와 워싱턴DC에서만 허용된 반면 캐나다는 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이번 달부터 연방 차원에서 기호용 마리화나를 허용한다.

그만큼 마리화나에 대한 인식과 상품개발에 개방적이고 체계도 잘 갖춰져 있어 미국 투자자들이 캐나다계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캐노피그로스의 경우 최근 6개월간 주가가 30캐나다달러 언저리에서 60캐나다달러 이상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캐나다계 마리화나 기업들이 주목받으면서 몇 년 전 이들의 상장을 주관하거나 재무자문을 제공한 캐나다계 IB들도 문전성시라고 WSJ은 전했다.

캐노피그로스의 상장을 주관했던 GMP캐피털의 스티브 오타웨이 의료 투자은행 부문 총괄은 "그것은 어려운 상장이었다"며 "사람들은 (마리화나 기업에) 매우 회의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캐나다계 마리화나 기업이 부상하면서 오타웨이 총괄은 돈을 쓸어담게 됐고 이번 여름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떠나기 위해 투자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GMP캐피털은 지난 8월 실적 공시에서 지난 2분기 언더라이팅(증권인수) 부문 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다며 마리화나 관련 기업들로부터 일감이 늘어난 것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마리화나 기업의 인기는 GMP캐피털 뿐 아니라 해당 분야에 일찍 뛰어든 작은 IB 하우스에도 기회가 됐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카나코드지뉴이티그룹, IP파이낸셜, 에잇캐피털 등 부티크 IB들은 캐나다와 미국에서 2억달러 이상의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WSJ은 "10월 캐나다의 기호용 마리화나 합법화를 앞두고 일부 기업의 시가총액이 급등하는 것은 90년대 말 닷컴 버블이나 지난해 비트코인 광풍을 연상시킨다"며 "5년 전 일찌감치 마리화나 관련 투자에 뛰어든 소수의 은행이 일감을 쓸어담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계 마리화나 기업인 오로라 캐너비스의 캄 배틀리 최고기업책임자(CCO)는 "마리화나 산업이 가동되도록 실제로 도움이 된 캐나다계 투자은행은 한 손에 꼽는다"고 말했다.

다만 마리화나 산업이 커지고 대형 IB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월가 엘리트 IB와 비교해 규모가 왜소한 캐나다 IB가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8월 양조업체 콘스털레이션 브랜드가 캐노피그로스에 40억달러를 투자할 때 자문을 맡았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에는 브릿지론을 제공했다. 미국 IB 그린힐앤코도 캐노피에 투자자문을 하며 관계를 맺었다.

적은 내부에도 있다. 뱅크오브몬트리올(BMO)은 캐나다계 대형은행 중 마리화나 산업에 가장 적극적이다. BMO는 캐노피와 크로노스그룹, 오로라 캐너비스에게 증자와 인수합병, 대출과 관련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WSJ은 "캐나다의 로얄뱅크오브캐나다(RBC), 노바스코티아뱅크, 토론토-도미니언뱅크 등 다른 캐나다 대형은행은 여전히 마리화나 산업을 관망 중"이라며 "미국의 대형은행들도 대부분 거리를 두며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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