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최근 회사채 발행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우량 신용등급에 속하는 'AAA'~'AA-' 기업들까지 사모회사채 발행비중을 늘리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2일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236)에 따르면 신용등급 'AAA'~'BBB-'에 속하는 기업들이 올해 들어 발행한 사모채(일반/무보증)는 3조6천302억원으로 전년도 2조4천151억원보다 50%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우량 신용등급에 속하는 기업들이 같은 기간 발행한 사모채는 1조9천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4천748억원 대비 34% 이상 확대됐다.

그간 사모채시장은 낮은 신용등급의 기업이나 재무상태가 악화된 기업들이 자금 조달처로 찾았다. 그러나 연초 이후 사모채시장에 순상환기조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우량 신용등급의 사모채는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이다.

여기엔 공모사채시장에서 실시되는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이 이어지고 있는 등 발행시장 강세가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한화건설('BBB+')은 수요예측에서 가산금리(스프레드)를 개별민평금리 대비 75bp 아래로 확정했다. 지난 4월 발행한 회사채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202bp 언더로 발행한 바 있다. 신용등급이 'BBB'인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역시 지난 8월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하며 가산금리가 -141bp로 정해졌다.

이렇다 보니 공모 경쟁률 또한 상승세다. 국제 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커지면서 채권으로 투자 자금이 몰린 가운데, 국내 회사채시장에서도 연초부터 캐리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한진칼 회사채는 수요예측에서 4.6: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화건설 회사채(9월) 단순경쟁률은 4.52:1로 집계됐다. A급에 속하는 LS전선('A+')은 11.57:1, 사조산업('A-')은 9.9:1의 경쟁률을 가리켰다.

회사채 수요증가는 올해 하반기 우량물에 대한 투자자들의 러시로 번졌다. 이렇다 보니 수요예측에 참여했어도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이들 기관의 투자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기업들이 사모채 발행을 늘렸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6년 4월 공모채 발행을 끝으로 회사채시장을 찾지 않은 GS칼텍스는 올해 8월 2년 만에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AA+'라는 우량 신용등급에도 500억원을 사모채로 조달했다. 앞서 지난 6월 공모채시장에 데뷔해 오버부킹한 현대건설기계('A-')는 두 달 만에 300억원을 사모채로 추가 조달했다

연말에 가까워지면서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모채 선호도가 높아진 점도 있다. 앞서 지난달 미국이 올해 들어 세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10년 만기 이상의 장기물까지 사모채로 조달하는 기업이 나타나면서 까다로운 수요예측 과정을 일부터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일시적인 사업 리스크의 확대나 재무상황 악화 등 개별기업의 펀더멘털 상황이 사모채 발행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호텔롯데는 'AA'의 우량한 신용등급에도 올해 들어 총 5번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지난 7월에 발행한 사모채는 10년 만기로 발행됐다. 호텔롯데는 면세와 호텔사업의 고정비용이 증가하면서 작년말 처음으로 84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전혜현 KB증권 연구원은 "사모 회사채 잔액은 연초 이후 감소하고 있으나, AA급 우량 이슈어들의 발행 물량과 비중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며 "비우량 등급 기업은 공모발행시장 소화가 어려울 경우 사모채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지만 우량등급은 사모채 발행 배경에 대해 개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고채 금리 하락으로 크레디트물 선호도가 올라가면서 사모채 금리 수준 또한 크게 높지 않다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유태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회사채시장에서 AA급 이상 크레디트물은 없어서 못 구할 정도로 시장수요가 풍부하다"며 "사모채의 단점이라면 금리가 높아진다는 건데 현재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서 단점이 완화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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