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국토교통부 수장인 김현미 장관이 한국은행에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요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과잉 유동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필요도 있지만 이른바 '빚내서 집 사라'는 이전 정부의 저금리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엿보인다.

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금리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토부 장관의 입장에서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을 정상화하는 것이 주택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틀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부동자금(현금, 요구불·수시입출식 예금, 머니마켓펀드, 양도성예금증서, 종합자산관리계좌, 환매조건부채권 등)은 지난 6월 말 1천117조4천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 2016년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1.25%)로 낮춘 뒤 시중 유동성은 그해 말 사상 처음 1천억원을 넘었고 올해도 최대 경신 행진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부동산 투자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이 늘었고 주담대 규제가 강화되자 전세대출 증가로 풍선효과까지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한국의 가계신용은 1년 전보다 7.6% 늘어 1천493조2천억원에 달했다.

김 장관은 최근 집값 급등의 원인을 묻는 말에 "저금리에 따른 시중 유동성 과잉이 가장 큰 문제"라고 답해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1천억원이 넘는 유동성이 줄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중 유동성도 우려되고 임대수익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이낙연 총리 발언과 유사한 성격 아니겠냐"면서도 통화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처가 아니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금리 관련 발언을 하면서 "지난 정부에서부터 지속한 저금리가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전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유동성 과잉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존 저금리정책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다시 강조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척하면 척' 발언 등으로 한은의 저금리 기조를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은 점, 부동산 관련 규제를 완화해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정책을 폈던 점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 3월에도 국토부 관행혁신위원회는 "가계부채가 급속히 늘어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매매 수요 창출을 위해 빚내서 집 사라는 식의 정책을 추진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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