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국내증시가 외국인의 대량 매물에 급락하고 있다. 지난주 후반 코스닥 지수가 8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이날은 코스피가 2,300선 밑으로 내려가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식과 지수선물을 동시에 내다파는 외국인의 전방위 매도세가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재료보다는 수급 불안 해소가 시장에 단기 관건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오전 10시4분 현재 전일보다 24포인트(1.07%) 내린 2,284선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일보다 8.90포인트(1.13%) 내린 786.03을 나타냈다.

외국인이 대량 매도에 나서면서 지수 급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들은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1천240억원가량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이후 4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다. 이 기간 순매도 금액은 6천3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거세지는 추세다. 이들은 이날 현재 7천계약(약 5천200억원) 넘게 지수선물을 순매도했다. 최근 4거래일 간 선물 순매도 금액은 1조5천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외국인은 국내증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주식과 동시에 지수선물 매도까지 나타나면 프로그램 매매에까지 영향을 미쳐 그 파급력은 더 강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신한금융투자는 과거 5년 간 한국증시가 1%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할 때 외국인 수급이 기관 수급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지수 하락 시에는 평균 65%의 확률로 외국인의 영향이 더 컸고, 3분기까지 수급만 반영한 올해도 이미 50%를 넘어섰다.

이예신 신한금투 연구원은 "지수 1% 이상 하락시 이탈한 외국인 자금 규모를 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5조1천억원으로 과거 5년 대비 최대 규모다"라며 "외국인 수급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월초 주가 급락이 미중 군사 갈등 우려와 이탈리아 재정위기 재부각 등의 재료가 작용하는 측면도 있지만, 외국인의 동시 매도라는 수급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신흥국 전반에 대한 위기 심리가 뒤늦게 국내증시로 전파되는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대량 매도라는 수급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면 국내증시 상황이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도 있다.

이예신 연구원은 "달러 강세 흐름이 진정되고 한국증시의 펀더메털이 양호한 환경에서 외국인 수급에 대한 우려는 점차 완화할 수 있다"며 "불안한 첫걸음을 뒤로 하고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남중국해 충돌 위기 사태가 일단락된 가운데 이탈리아발 금융시장 혼란도 진정되는 상황이다"며 "시장 참여자들의 낮아진 3분기 실적 기대치만큼 실제 실적 발표 시 상장사들이 깜짝실적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어 증시의 추가적인 상황 악화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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