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고용은 끝 모를 바닥을 확인하며 이제 마이너스 고용이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성적표는 오는 12일에 나온다.

반면 태평양 건너편 미국은 경기가 꽤 괜찮다. 고용도 소비도, 임금 상승률 등도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은 10년 전 금융위기 때 시작했던 양적 완화 정책을 뒤로하고 긴축의 길을 자신감 있게 내디디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용 부진은 향후 경기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일자리가 없고 소득이 없는 데 미래의 다른 경제지표가 좋게 나오길 기대할 순 없다. 고용뿐만 아니라 투자와 소비 지표 등도 위축돼 있다.

그렇다고 한은 금통위 입장에선 경기가 개선될 때까지 금리 인상을 늦춰가며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최근 언급하고 강조하는 '금융 불균형'이 누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지난달 말 미국의 기준금리를 올리면서도 아직 중립 수준에 금리로 가려면 멀었다고 밝혔다. 사실상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셈이다.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우리나라와 표면적인 기준금리 차는 100bp에 이른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50%이고, 미국의 기준금리는 2.0~2.25%다.

과연 100bp의 금리를 더 얹어 주는 달러와 그렇지 않은 원화, 독자 여러분은 어느 통화를 선택해 가지고 가겠는가.

당연히 달러를 선택할 것이다. 그것도 달러는 글로벌 통용 기축 통화라는 매력까지 더해지니 두말할 나위 없다.

그래서 한·미 간의 금리역전차가 커지면 왠지 불안하다. 혹시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돈(원화)을 달러로 바꿔 떠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되는 불안이다.

한은은 10월과 11월에 예정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려 할 것이다. 경기가 어렵지만, 달러 엑소더스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도 우리 국민과 경제에는 도움이 안 되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은의 금리 결정 문제는 엉뚱한 데서 발목이 잡혔다. 최근 국무총리나 국토교통부 장관 등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이 공식 석상에서 부동산 가격(집값) 상승을 전 정부의 저금리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이런 시점에서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정부의 압박에 굴복해 금리를 올린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더라도 말이다. 모양새가 썩 좋지 않다.

사석에서 만난 한 경제전문가는 최근 정부 당국자들이 쏟아내는 저금리 정책 비판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가 전 정부에서 총재로 임명됐지만, 이번 정부에서 연임된 총재 아니던가"라며 "그의 저금리 정책이 문제였다면 이번 정부 들어서 왜 이 총재를 연임시켰는가. 이상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현 정부 당국자들이 한은의 금리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제 발등 찍는 격이다. 금리 정책은 누가 뭐라 그래도 전문가 집단인 한은에 오롯이 맡겨 놓고 믿어 주는 것이 맞다. (정책금융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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