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자체 개발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측 모형(K-SuperCast)을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7%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는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경제성장률 집계를 하는 한국은행의 예측치 2.9%보다 낮은 수준으로, 금감원이 예측 정확도를 놓고 한은을 묘하게 자극하는 모습이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금융감독연구센터는 전일 기자단 미니포럼에서 빅데이터 기반의 GDP 성장률 예측 모형인 '케이-수퍼캐스트'의 구현원리 및 연구성과 등을 설명했다.

케이-수퍼캐스트는 국내 경제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해 금융사에 대한 거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개발됐다.

기존 GDP 성장률 통계의 발표 주기(분기)가 길어 생기는 적시성 저하 문제를 보완, 80여 개의 거시경제 시계열 자료를 모아 매달 경제성장률 추이를 예측한다.

이 모형은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개발·운영 중인 모형을 벤치마킹해 구축했다. 뉴욕 연은은 매주 향후 2분기의 경기 예측 결과 및 상승·하락 요인을 공개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7%로 나왔다고 밝혔다.

최광신 금융감독연구센터 박사는 "한은이 현재 분기별로 GDP 성장률 예측을 하고 있는데 이를 월 단위로 예측해 적시성 강화한 것이 중요하다"면서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낮춰 잡았는데 이는 금감원의 예측치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3분기 기준 주요 팩터 가운데 기업 부문에서 기업경기실사지수 등 경제 전망이 좋지 않게 나온 게 성장률 전망치가 낮췄다"면서 "건설 부문과 임금 부문은 의외로 큰 변동이 없었다"고 소개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18일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금감원의 예측치와 비슷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지난 6월 분석한 2분기 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56%로 도출됐다고 소개했다. 한은은 한 달 뒤인 7월 26일 속보치로 0.7% 성장을 발표한 후 잠정치에서 0.6%로 수정 발표했다.

금감원이 석 달 정도 빨리, 정확히 맞췄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최 박사는 "한은이 어떤 모형으로 어떤 방법에 근거해 수치를 발표하는 건지 알 수 없으며, 그 논리에 금감원이 모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물론 3~4년 이후 경기를 내다볼 때는 한은 자료가 당연히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 경기 변화를 바라볼 때는 금감원만의 전망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GDP 성장률 예측치와 변동 요인을 분석해 금융사 스트레스 테스트와 은행·은행지주에 대한 경기 대응 완충자본(CCyB) 적립 여부 평가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경제성장률 예측이 감독 본연의 업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며 의도와 다르게 한은을 자극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감원이 수집하는 각 금융회사의 경영실적 데이터도 3~6개월이나 늦게 발표되고 있는데 이런 점부터 신경 써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면서 "경제성장률 분석보다는 금감원이 보유한 각종 금융 데이터를 더욱 정교하게 분석 공개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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