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중국이 무역 뿐만 아니라 외교 및 군사적으로도 미국과의 갈등이 심해지는 가운데 지급준비율 인하라는 긴급 조치에 나섰다.

지난주 국경절 연휴로 중국증시가 휴장한 사이 홍콩증시를 포함한 아시아 증시는 급락세를 나타냈다. 이런 데다 미국과의 갈등마저 전방위적으로 격화하면서 주식시장 등에 대한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연휴 마지막날 깜짝 유동성 조치를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오는 15일부로 시중은행의 지준율을 1%포인트 인하한다고 7일 밝혔다. 올해 들어 네 번째로 지난 6월의 0.5%포인트보다 인하폭이 컸다.

이번 조치를 통해 중국 은행권에 총 1조2천억위안(약 196조8천억원)의 유동성 효과가 예상된다. 기존 대출 상환을 제외하면 약 7천500억위안(약 123조원)의 순유동성 공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했다.

중국증시가 휴장한 사이 지난주 항셍 H지수는 4.43%, 항셍지수는 4.38% 급락했다. 뉴욕증시 뿐만 아니라 도쿄증시까지 전 세계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초상증권의 시에 야수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준율 인하 발표 시기는 중국 정부의 의도한 것이라면서 "글로벌 증시와 채권시장의 하락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상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올해 9월까지 중국증시가 25%나 하락했다면서 이는 "중국의 무역 관행에 대해 미국이 강하게 맞섰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인하하면서 양국의 통화정책은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됐다.

홍콩 나티니스의 쉬 지안웨이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미국과 다른 통화정책 행보를 걸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역전쟁 상황에서 중국 경제는 투자 심리 약화 등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은 경제에 유동성을 투입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장 밍 연구원은 지준율 인하로 이론적으로는 자본유출이 초래되고 위안하에 압박이 가해지겠지만, 인민은행은 유동성을 투입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리고 자본유출과 환율 통제를 자신했기 때문에 지준율 인하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00억달러 감소한 3조970억달러를 나타냈다.

인민은행은 성명에서 지준율 인하가 "위안하 절하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이 위안화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 기대를 안정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주에는 미중간 관세전쟁의 충격을 가늠할 수 있는 9월 중국의 수입과 수출, 무역수지 지표가 오는 12일 발표될 예정이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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