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은행권이 올해 하반기부터 경영공시에 신규 채용자와 임직원의 남녀 비율을 공개해야 할 의무가 생기면서 성비 불균형 논란이 더욱 거세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공시 강화를 통해 은행들의 채용 과정에서 남녀 차별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방침이지만 남성 지원자가 많은 금융권의 특성상 단시간 내에 성비 불균형이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의 경영공시 서식을 개정했다.

이번 세칙 개정을 통해 금감원은 은행들이 신규 채용자 성비를 경영공시에 반영하고 임원과 직원 현황에 남녀 비율을 공시하도록 했다.

이 같은 세칙 개정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여성 태스크포스(TF)가 지난 7월 발표한 '채용 성차별 해소 방안'에 따른 것이다.

앞서 금감원의 채용비리 실태 검사에서 일부 은행들이 채용 시 남녀 성비를 인위적으로 조절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시민단체와 여성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은행들은 바뀐 세칙에 따라 올해 3분기 경영공시 때부터 남녀로 구분해 채용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주요 은행들의 채용 일정을 감안하면 하반기 신입직원 공채 결과가 반영되는 4분기 경영공시에 은행권 안팎의 시선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세칙 개정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당장 성비 불균형이 해소되기 어려운 현실 탓에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만약 하반기 경영공시에서 성비 불균형이 심화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남녀 차별 논란이 다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과 2016년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은행의 대졸 공채 최종 합격자 중 남성 비율은 70.7%로 나타났다.

채용비리 논란이 불거진 이후인 올해 상반기 채용에서도 주요 은행들의 합격자 남녀 비율은 6대4 또는 7대3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은행권의 특성상 남성 지원자가 여성 지원자보다 상대적으로 많아 올해 하반기 채용에서도 이 비율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공시 강화 이후에도 최종 합격자의 성비에 큰 변화가 없다면 채용비리로 촉발된 은행권 남녀 차별 논란이 재점화할 우려가 있다"며 "은행 입장에선 하반기 이후 공개될 채용 성비에 민감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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