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을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본격적인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연구기관과 투자은행(IMF)도 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내리고 있는 가운데 국제기구도 대열에 합류하고, 한국은행도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을 시사한 터라 경기 침체 확산에 대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IMF는 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8%와 2.6%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4월 제시한 전망치와 비교해 각각 0.2%포인트(p)와 0.3%p 내린 것으로 조정 폭이 작지 않다.

지난달 OECD도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0.3%p와 0.2%p씩 큰 폭으로 내린 2.7%와 2.8%로 제시한 바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지난달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때보다 0.1%p씩 내린 2.9%와 2.8%로 조정했다.

OECD와 ADB에 이어 IMF도 우리나라가 더는 3%대 성장이 쉽지 않다고 인정한 꼴이 됐다.

물론 우리 정부가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9%로 내려 사실상 3%대 성장 목표를 '포기'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후에도 "3%대 성장 경로로 회복하도록 모든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는 점에서 최근 국제기구들의 성장률 하향 조정 행진은 정부 입장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이러한 경기하강에 대한 신호는 최근 각종 경제지표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설비투자는 20년 만에 최장기 마이너스를 지속했고,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09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내림세다.

통계청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는 것을 경기 전환의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9월에도 하락세가 지속한다면 사실상 본격적인 경기하강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볼 수도 있다.

고용이 최악의 상황을 보인다는 점도 경기에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9월 고용이 8월보다 녹록지 않다"면서 "(취업자 수) 마이너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 그간 경기를 뒷받침하던 건설경기도 움츠러들고 있고, 소비를 비롯한 내수도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중간 무역갈등은 더욱 심화하면서 수출주도형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지속하면서 한미 금리 역전폭도 커져 본격적인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확산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5일 인천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기자단 워크숍에서 "격차가 확대될수록 자본유출 압력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른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게 분명하지만, 내외금리 차 확대도 자본유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늘 유념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기반으로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경기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대내외 변수가 호락호락하지 않아 단기간에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주요 해외 투자은행과 국내 민간경제연구소 역시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내리고 있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금융연구원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9%로 0.2%p 내렸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유지하면서도 내년에는 2.6%로 더 낮춰 잡았다.

이달 중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내놓는 한은도 하향 조정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이주열 총재는 "(10월에 나오는) 성장률 전망치가 조금 낮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 IB 중에서는 UBS가 3.0%에서 2.9%로 낮췄고, 노무라는 3.0%에서 2.8%로, 골드만삭스는 2.9%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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