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를 앞두고 국내 은행들이 이란과 교역하는 국내 기업에 대한 신용장 매입을 전면 중단한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까지 이란 교역 국내 기업에 대한 일람불 신용장 매입을 중단한다.

지난 5월 기한부 신용장 매입을 중단한 데 이어 일람불 신용장 매입까지 중단함으로써 신용장 매입을 일체 중단하게 된 것이다.

일람불 신용장은 개설은행이 서류상의 하자가 없는 한 즉시 결제해주는 형식의 현금 거래 신용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람불 신용장을 통한 거래는 서류 확인과 선적, 대금 결제까지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일람불 신용장 매입을 중단해야 미국이 부여한 유예 기간을 넘기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신용장 매입 중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8일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오는 11월 4일까지 180일의 유예 기간을 주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오는 11월 4일까지는 지급거래 방식의 무역금융만 유지한다.

이후 이란 석유기업들로부터 원유 및 석유제품을 구매하거나 이란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가 내려지는 오는 11월 5일부터는 이란과의 모든 무역금융을 중단한다.

이란 정부는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 대금을 우리·기업은행에 개설된 중앙은행 원화결제계좌에 쌓아두고, 우리나라 기업의 이란 수출대금과 정산하는 방식으로 무역 거래를 해왔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신용장 매입은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과거처럼 '예외국가' 지위를 얻어내면 재개될 전망이다.

정부는 은행들이 원유 등 제재 품목을 제외한 교역의 경우 예외국가 지위 인정과 무관하게 신용장이 발급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할 방침이다.

제재 품목 역시 예외국가로 인정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가 과거처럼 예외국가 지위를 얻어내지 못하면 이란과 거래시 미국의 이란 관련 세컨더리 보이콧(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정부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방안)에 해당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번 미국의 대 이란 제재와 예외국가 인정 당시 상황을 고려해볼 때 미국 정부가 한국 뿐 아니라 여러 국가를 묶어서 예외국가로 인정해주지 않을까 싶다"며 "늦어도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까지는 예외국가 인정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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