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미국 재무부가 이달 중으로 하반기 환율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보고서에 담길 내용에 외환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에 지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시장 투명성 제고 등 외환정책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2015년 제정된 교역촉진법과 1988년 만들어진 종합무역법을 근거로 다른 국가를 심층 분석대상국 또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 '심층 분석대상국'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교역촉진법상 심층 분석대상국은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의 3%를 웃도는 경상수지 흑자, GDP 2%를 넘는 달러 순매수 개입 등 세 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해야 한다.

그동안 심층 분석대상국은 없었고, 지난 4월 상반기 보고서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독일, 스위스, 인도가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하반기 환율보고서에도 우리나라는 달러 순매수 개입 요건을 뺀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항목에 해당해, 관찰대상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7월에서 올해 6월까지, 최근 1년 동안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97억3천만 달러 증가했다.

달러 가치 변동분을 제외하면 약 180억 달러가 운용 성과 및 개입으로 늘었다고 볼 수 있다.

외환 당국의 선물환 매수(롱) 포지션의 경우에는 82억9천만 달러가 감소했다.

이를 고려한 시장 개입 추정 규모는 GDP의 0.7%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연합인포맥스가 8월 7일 송고한 '미리 보는 10월 환율보고서…韓, 6반기 연속 관찰대상국 유력' 참고)

다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대미 무역흑자(약 210억 달러)와 경상흑자(GDP의 5.1%) 요건은 충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종합무역법 적용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문제는 미국이 교역촉진법상의 요건을 바꾸거나,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평가받는 종합무역법을 전면에 들고나올 경우다.

상반기 환율보고서를 보면, 1988년 및 2015년 법의 기준과 근거가 각각 뚜렷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법만 충족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문장이 들어있다.

1988년 법 기준에 해당하면 미 재무부가 외환보유액과 자본 통제, 통화 정책, 물가 상황과 같은 추가 사실을 조사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도 돼 있다.

이는 지난해 상·하반기 환율보고서의 후반부 각주 형태에 있던 내용으로, 올해 4월 보고서에는 핵심 요약 내용만 담는 앞 페이지 본문에 담겼다.

미국이 종합무역법을 언제든지 쓸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명확한 기준이 없어 교역촉진법으로 대체된 '주먹구구식'의 종합무역법이 언급된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외환 당국도 종합무역법 적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환율조작국에 지정되지 않을 것이라 보지만 방심하지 않고 긴밀한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외환정책 압박 강도는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미국은 우리 외환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요구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부가 결정한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공개 대상과 주기 등의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성을 언급할 수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앞으로 1년까지는 6개월마다, 이후부터는 3개월마다 외환 순매수 규모를 밝히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확장적 재정정책을 주문한 부분은 이번 보고서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이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교역촉진법상 심층 분석대상국 요건을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종합무역법의 환율조작국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 경제 확장국면이 이어지고 달러 강세 흐름도 제한적이라 환율조작국을 지정하지 않겠지만, 이는 유효한 압박 카드라는 점에서 언제든지 지정할 수 있도록 법령 등을 보완할 것으로 봤다.

외환시장의 한 전문가는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한미가 불공정 환율개입이 없다는 점에 양해(understanding)했던 것으로 보면, 조작국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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