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미국 증시가 급락한 데 따른 위험회피 강화로 큰 폭 하락했다.

1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79달러(2.4%) 급락한 73.1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도 미국 국채금리 움직임과 증시 동향, 허리케인 마이클 등을 주시했다.

미 국채금리의 상승으로 증시가 급락하면서 원유시장 투자 심리도 동반 위축됐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3.24% 선을 넘어서는 등 재차 반등했다.

9월 생산자물가(PPI)가 전월 0.1% 하락했던 데서 0.2% 상승으로 반등하는 등 시장 예상수준으로 나온 점이 금리상승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미 금리상승에 아마존 등 주요 기술주에 대한 실적 우려도 가세하면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장중 한때 50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 이상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원유 매수 거래도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전일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원유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가세했다.

또 다음날 나올 미국의 지난주 원유 재고가 증가했을 것이란 전망도 유가 하락 압력을 더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 재고는 161만 배럴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허리케인 마이클이 주요 유전 지대인 멕시코만 지역을 강타할 것이라는 예상은 유가 낙폭을 제한했다.

마이클은 4등급 허리케인으로 위력을 키운 가운데 이날 오후 늦게부터 플로리다 지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멕시코만 지역에 집중된 주요 석유회사들이 유전 인력을 대피시키면서 원유 생산도 차질을 빚었다. 마켓워치는 해당 지역 산유량의 39.5% 정도가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허리케인이 산유 시설에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인 만큼 이에 따른 유가 상승 기대가 과도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원유시장에서는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공급 차질로 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팽배하다.

트라피구아의 제레미 웨이어 대표는 "유가가 내년에 100달러를 넘어선다고 해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급 차질 우려와 최근 유가 상승 기대 쏠림이 과도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제프 커리 이사는 "원유 가격이 세 자리 숫자로 오른다는 것은 우리의 예측과 다르다"면서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란의 수출이 '0'으로 떨어져야 하고 이뿐 아니라 베네수엘라 등 다른 나라에서도 원유 수급 차질이 빚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란의 원유 수출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산유국 생산량과 재고도 전문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원유 가격 상승세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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