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정우 기자 =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뉴욕증시가 급락한 것과 관련, 30여 년 전 블랙먼데이 당시와 유사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간밤 뉴욕증시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 부담과 기술주 불안 우려가 겹치며 폭락했다.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모두 3% 이상 떨어졌고, 나스닥은 4% 이상 급락하며 2016년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김형렬 센터장은 11일 연합인포맥스와의 통화에서 "1987년 블랙먼데이 당시와 비슷한 지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미 국채 가격이 너무 하락한 데 있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블랙먼데이 이전과 지금의 상황 중 가장 비슷한 점은 바로 금리와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지표"라면서 "87년 대폭락이 발생하기 이전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확대되며 87년초 7.2%에 머물던 10년 수익률이 10월 중순 10%까지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과 비교해 보면 연초부터 시작된 장기채권 금리 상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87년 시장금리 상승은 국가 전체적으로 채무부담을 확대시켰고, 기업들의 재무제표도 부실화됐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지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987년 블랙먼데이 발생 직전 S&P 500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3배까지 치솟았다.

주가가 상승한 영향도 컸지만, 물가상승이 생산원가를 자극해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김 센터장은 "현재 미국 주요지수가 하락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된 측면은 있으나 지금도 PER가 20배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상대적으로 미국 채권이 싸보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0월 들어 이같은 영향이 국내 증시로 파급됐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다만 우리 수출이 9월까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 기업들의 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도 남아있는 만큼 국내 지수가 적정가치를 밑돌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미국 채권 금리와 환율 안정이 전제된다면 증시 급락 국면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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