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구직난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금융감독원과 검찰이 처음부터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11일 서울동부지법은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청구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금융권 채용비리와 관련해 최고경영자에 청구한 영장이 기각된 것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 이어 세 번째다.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채용비리뿐만 아닌 비자금 조성 등에도 연루된 만큼 앞선 사례들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조 회장과 함 행장, 그리고 이 전 행장은 모두 피의 사실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고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검찰의 구속 영장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의 직책과 주거 상태가 안정적인 만큼 구속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신한금융지주와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모두 최고경영자의 불구속을 어느 정도 예견해왔다.
국내 기업이 채용 문제로 경영자에 대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된 바 없어서다.
특히 금융회사의 경우 전문 최고경영자라는 점에서 전결권 개념만을 이용해 채용비리 수사를 윗선으로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채용비리를 향한 사회적 분위기 탓에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금리 인상과 맞물려 은행의 이익이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은행이 이자놀이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채용비리 의혹을 둘러싼 여론이 더욱 악화했다.
무엇보다 채용 문제에 있어 유독 금융권에 대해 혹독한 잣대가 적용된 것은 고용 절벽에 부딪힌 경제 상황 속에 청년 취업의 어려움이 하나의 정치적 프레임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은행권 채용비리 논란은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우리은행의 VIP 채용 리스트를 노출하며 시작됐다. 이후 금감원과 갈등을 빚어온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으로 화살이 향하며 금융권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됐다.
당시에도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금융회사를 향한 외풍이 지나치게 거세다는 비판이 많았다.
특히 채용비리 의혹을 정조준한 금감원은 모든 결과를 검찰에 이첩함으로써 자체 조사를 마무리했다.
금감원의 제재는 채용 관련 내부통제를 강화하라며 10여 개 은행에 개선사항과 경영유의를 조치하는 데 그쳤다. 수 개월간 이어온 검사 강도에 비하면 초라한 조치인 셈이다.
은행들 대다수는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두세 차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상장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이 해외에서 기업설명회(IR)를 할 때마다 채용비리 관련 수사가 미칠 영향을 묻는 외국 기관투자자들도 늘었다.
특히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에 선정된 곳들은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나 금융당국의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어서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시장에서 상징성이 있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를 향한 무조건적인 수사는 지양돼야 한다"며 "피의자 간 엇갈리는 정황도 많아 전결권 개념을 적용해 개인에 도의적인 책임을 묻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채용에 있어 관행처럼 여겨져 온 문화가 이번 일을 계기로 사라져야 하는 부분은 반드시 있다"며 "다만 채용 과정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과 경제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를 프레임으로 흔드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끝)
관련기사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