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롯데케미칼 2조2천억원에 매입

롯데 지주사 체제, 식품·유통·화학 계열사 거느려

향후 롯데지주의 금융회사 처리와 호텔롯데 상장에 집중할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롯데가 그룹 지배구조개편에 착수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 5일 만이다.

신동빈 회장은 산적한 과제 중에서 롯데케미칼을 지주사 체제로 편입하는 일을 선택했다. 신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 등 화학 계열사는 그룹 비금융 계열사 중에서 현금창출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하지만 일본 롯데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한 그룹 지배구조가 불완전했다.

앞으로 신 회장은 지주회사 행위제한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금융회사를 처리하고,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하며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지분율 23% 확보…신동빈 지배력 강화

11일 롯데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전날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410만1천467주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386만3천734주를 양수했다.

양수 주식 수는 총 796만5천201주다. 양수 금액은 2조2천274억원이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 지분율은 0%에서 23.24%가 됐다.

이번 거래로 롯데케미칼 등 화학 계열사는 롯데 지주사 체제로 편입됐다. 또 롯데지주는 지주사 행위제한요건을 충족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 20% 이상(상장사 기준)을 취득해야 한다.

이 같은 결정은 신 회장이 지난 5일 국정농단·경영비리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5일 만에 이뤄졌다. 롯데 관계자도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고 했다.

신 회장이 경영복귀 후 첫 의사결정으로 롯데케미칼 지분 매입을 택한 것은 롯데케미칼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롯데는 롯데지주가 지배하는 유통·식품 계열사와 호텔롯데가 지배하는 화학·건설 계열사 등으로 나눠져 있다.

지난해 10월 롯데의 지주사 체제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과정을 거쳐 신 회장은 롯데지주 보통주 1천228만3천541주(지분율 10.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실제 호텔롯데 주요 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지분율 19.07%), 일본 주식회사L제4투자회사(15.63%), 일본주식회사L제9투자회사(10.41%), 일본주식회사L제7투자회사(9.40%) 등이다. 일본계 법인의 총 지분율이 약 99%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에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화학 계열사를 롯데지주의 영향력 아래 놓을 수 있게 됐다. 이는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그룹 비금융계열사 중에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55%(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 향후 과제는 롯데지주의 금융회사 처리와 호텔롯데 상장

앞으로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의 금융회사 처리와 호텔롯데 상장 등 남아있는 지배구조 개편과제를 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급한 것은 롯데지주가 보유한 금융회사를 처리하는 문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순수 일반지주회사인 롯데지주는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롯데는 2년 이내 금융회사를 정리해야 한다. 롯데 지주사 체제는 지난해 10월 1일 출범했다.

앞서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왔다. 롯데지주가 금융회사를 제3자에 매각한 금액으로 롯데케미칼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 롯데지주가 금융회사를 롯데물산에 처분하는 대가로 롯데물산의 롯데케미칼 지분을 넘겨받는 방안, 롯데지주의 금융회사와 일본 롯데홀딩스의 롯데물산 지분을 교환하는 방안 등이다.

하지만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2조3천500억원을 단기 차입했다. 롯데건설 주식 275만9천808주도 롯데케미칼에 처분했다. 처분금액은 2천33억원이다.

따라서 향후 롯데지주가 금융회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그룹의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 상장도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호텔롯데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일본계 법인의 지분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호텔롯데 상장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호텔롯데 기업가치가 지난 2016년보다 크게 감소한 탓이다. 롯데는 2016년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했으나 롯데 총수일가 등이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상장이 연기됐다.

지난 2016년 호텔롯데 면세부문 가치는 12조478억원이다.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 방식으로 평가한 결과다. 지난해 실적 기준 면세부문 가치는 1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이 때문에 롯데도 호텔롯데 실적이 회복되면 상장을 추진할 것이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yg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