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임기말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열중하는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의 행보가 국정감사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과 미국과의 비핵화 관련 협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속도가 빠르다는 비판과 경협에 대비하는 공공기관의 올바른 자세라는 옹호론이 맞섰다.

11일 LH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공사는 대통령 직속 북방 경제협력위원회, 코트라(KOTRA) 관계자 등과 산업단지 후보지역을 검토하고자 러시아 연해주를 탐방했다.

LH공사는 이후 관련 사업설명회를 열고 출장과 기업 수요조사 등을 진행했다.

산단 조성비용은 총 900억원, 면적은 150㎡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인근에 거점을 두고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활로를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북한 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대북제재와 연관된 논란이 불거졌다.

LH공사 산하인 토지주택연구원은 평양·신의주·금강산 등에 제2, 3의 개성공단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한반도 신경제구상 추진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 번의 걸친 남북정상회담에도 경협은 북미 관계 개선을 기다리는 상황인데 LH공사는 미리 준비하는 모습이다.

박상우 LH 사장의 임기 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박 사장은 내년 3월 24일까지가 임기다. 남북, 북미 관계가 급진전한다 해도 실상 결실을 보기 어려운 처지다. 더욱이 박 사장이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라는 점에서 바통이 다음 사장에게 넘어갈 것으로 전망이 지배적이다.

남북경협에 속도를 내는 LH공사의 행보에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남북 철도·군사합의에 항의했다는 소식까지 겹쳐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김석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연해주 출장은 청와대가 직접 챙겼고 산업단지 조성도 청와대가 기획했다"며 "개성공단 재개 관련된 움직임 등 LH가 대북제재 해제 이전에 대북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데 공기업이 경제제재 무력화에 앞장선다"고 비판했다. LH공사에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같은 당의 박완수 의원은 "LH공사가 안고 있는 부채나 경영상태를 볼 때 남북경협사업을 감당할 수 없을 수 있다"며 "국내 사업을 벌여놓고 남북경협을 서두르면 나중에라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고 압박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LH공사를 옹호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H공사의 남북경협에 대한 연구는 보수정권 때도 있었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있으나 사전 조사가 이에 대한 위반은 아니다"며 "어떤 계기로 경협기회가 왔을 때 미리 준비하는 유비무환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같은 당 윤관석 의원은 "한반도 신경제구상에 모든 주체가 사업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나진-하산 프로젝트나 개성공단 2단계 사업 등에 대해서 적극적이면서도 과감하고 치밀하게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상우 사장은 이러한 비판과 격려에 대북제재 하에서는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속도 논란은 정무적인 결정이고, 궁극적으로 사업 실행을 맡는 LH공사는 준비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북한시장에 공기업이 먼저 나서지 못하면 민간기업은 주저할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LH공사의 위상이 올라간 방증"이라고 말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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