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미국의 원유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 늘어난 데다 주가 급락 등 위험회피 심리도 지속하면서 이틀 연속 급락했다.

1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2.20달러(3.0%) 급락한 70.9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9월 21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원유 시장참가자들은 미국 재고지표와 증시 동향을 주시했다.

미국의 지난주 원유재고는 시장의 예상보다 큰 폭 늘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 원유재고가 약 599만 배럴 증가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원유재고가 전주 대비 150만 배럴 증가했을 것으로 봤다.

휘발유 재고는 95만 배럴 증가했고, 정제유 재고는 267만 배럴 줄었다.

전문가들은 휘발유 재고가 20만 배럴 증가하고, 정제유 재고는 170만 배럴 줄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원유재고가 예상보다 크게 늘면서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시장을 더욱 위축시켰다.

전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830포인트 이상 폭락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자산 투자 심리는 크게 위축됐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대비 0.1% 올라 시장 예상을 하회했다. 이에 미 국채금리는 하락했지만, 다우지수는 이날 장 초반 등락을 보이다 오후 들어 650포인트 급락하기도 하는 등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시장의 공포 심리가 쉽게 진정되지 못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올해와 내년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도 유가 하락 압력을 가중했다.

OPEC은 올해와 내년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각각 기존보다 하루평균 8만 배럴과 5만 배럴 줄였다.

OPEC은 "글로벌 경제 성장이 아직 견조하지만, 역풍을 맞을 가능성에 직면했다"고 우려하면서 원유 수요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세계 경제가 동반 성장세를 보이던 데서 균열을 보인다는 것이 OPEC의 진단이다. OPEC은 선진국 통화 긴축과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무역긴장 등을 이유로 꼽았다.

OPEC은 "내년 원유재고가 증가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OPEC은 또 지난 9월 이란 원유 생산이 하루평균 15만 배럴 줄었지만, 회원국 전체의 산유량은 13만 배럴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리비아의 산유량이 11만 배럴과 10만 배럴 정도 늘었다.

OPEC은 또 비회원국인 러시아의 지난달 산유량도 하루평균 15만 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원유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과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수요 측면의 우려가 부상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리터부시 앤드 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시 대표는 "유가 방정식에서 수요 측면은 공급 측면보다 훨씬 더 측정하기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금리가 상승하는 와중에 주가도 하락하면서 수요 예상 측면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시장이 반영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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